[동네책방, 한권의책] (7)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동네책방, 한권의책] (7)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우리는 저마다 자기 생의 작가다… 쉬움에 담긴 깊이
  • 입력 : 2020. 11.26(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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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이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을 듣는 방법은 고요한 명상이다. 인생의 굴곡마저 웃음과 깨달음으로 승화시키는 통찰. 수도승 같은 작가의 메시지는 막힌 마음의 불순물을 태워, 살아온 날과 살아갈 우리의 날들에 대해 사색하게 한다. <저자 류시화, 출판사 더숲>



▶대담자

▷김옥순: 걷기와 여행을 좋아하는 서귀포 시민.

▷연미자: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김옥순(왼쪽)씨와 연미자 서귀포시민의책 위원이 책방 '북타임'에서 만났다.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연미자(이하 연):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제목이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듯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김옥순(이하 김): '인생지사 새옹지마'나 '전화위복'은 제가 좋아하는 글귀인데, 이 책의 제목과 서로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연: 인도여행을 여러 번 한 작가는 "캬 할 혜~?"라는 파키스탄과 인도 무슬림 문화권에서 하는 인사말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평소 잘 쓰는 말 중 "너 지금 괜찮아?"와 같은 뜻이지만, 우르드어 속의 진정한 할의 뜻은 '현재 가슴의 상태'를 묻는 것이라는데 우리의 인사말과 비교한다면?

▷김: 그 인사말은 '지금 너의 가슴은 어떤 상태야?'라고 이렇게 안부를 묻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벌고 얼마나 일이 많고 얼마나 넉넉한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지금 너의 가슴에 기쁨이 있어?" "너의 영혼에 생기가 있어?"라고 진심을 담아 묻는 말이다. 예전에 어려웠던 시절에 "식사하셨어요?"를 입버릇처럼 인사로 삼았던 우리와 같이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아프니?" "오늘 당신이 배고프지 않기를 바래" "삶은 원래 아픈 것이야…" 라고 독자들에게 던지는 화두를 생각해본다.



▷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와 닿았던 상황이나 문구,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김: 토마토 장사꾼의 이야기다. 한 남자가 큰 회사의 사환 직에 지원했다. 면접관은 그가 사무실 바닥을 청소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들어 채용하겠다고 하면서 고용계약서와 근무 조건 등 세부사항을 이메일로 보내줄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컴퓨터도 메일도 없다'라고 대답을 하자 '메일이 없다면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라면서 사환으로 고용하지 않았다.

남자는 낙심하여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주머니에 있던 10달러로 토마토 한 상자를 사서 집마다 다니며 토마토를 팔았는데, 두 시간 만에 20달러가 되고 하루에 80달러를 벌어 집으로 돌아온다. 용기를 얻은 남자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토마토를 팔아 수레를 사고 트럭을 사고 5년 후에 큰 식품도매업체 사장이 되었다. 성공한 남자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보험을 들기로 생각하고 보험사 직원과 상담을 하는데 보험사 직원이 그에게 메일 주소를 묻자 "나는 이메일이 없소"라고 한다. 보험사 직원이 놀라며 "이메일도 없는데 이렇게 성공하셨군요? 만약 메일이 있었다면 지금쯤 무엇이 되어 있을지 상상이나 하시겠습니까?"라고 말한다.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답한다. "아마도 사환으로 일하고 있겠지요."

또 하나는 '사파이어 보석이 박힌 금목걸이 이야기'인데, 갑자기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사는 여성이 있었다. 생활능력이 안 되는 그녀와 성년이 되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딸은 소유한 귀중품들을 하나씩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던 집안 대대로 물려오던 사파이어가 박혀있는 금목걸이를 팔아야 할 지경까지 이르게 되어 딸은 도시에서 가장 큰 보석상을 찾아갔는데 목걸이를 본 보석상은 "지금은 금값이 좋지 않으니 나중에 파는 게 더 이익이다"라고 말하며, 약간의 돈을 빌려주고 내일부터 보석상에 출근해 자기 일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곳에서 일하게 된 딸은 뜻밖에도 보석감정보조 일이 적성에 맞아 훌륭한 보석감정사가 되었다. 어느 날 보석상은 지금 금값이 많이 올랐으니 사파이어 목걸이를 팔 적기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딸은 자신이 직접 목걸이를 감정해보았는데 사파이어는 저급한 등급이었고 줄도 도금이라는 걸 알게 된다. 딸은 목걸이의 품질을 왜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묻자, 보석상은 만약 내가 사실대로 말해주었다면 내 말을 믿었겠느냐, 너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내가 값을 덜 쳐주려 한다고 의심했을 것이고, 너는 헛된 희망을 품고 더 좋은 값에 목걸이를 팔려고 보석상들을 돌아다니며 실망해서 살아갈 의지를 잃었을 것이며 지금처럼 보석감정사로 성공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 글은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 나는 법을 먼저 배운다'라는 것처럼,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때 눈앞의 실체와 부딪히면 결국 삶은 답을 알려준다는 깨달음을 주는 구절이었다.



표제 ‘인생지사 새옹지마’ 연상
당신의 영혼엔 생기가 있나요
"파도 후려치면 새 삶 살 때"
수많은 경험 생의 답 알려줘
인생 후반기에 읽어 더 공감





▷연: 만약 이 책을 이삼십 대에 읽었다면 속뜻의 깊이를 이해 할 수 있었을까? 인생 후반기에 읽은 이 책이 주는 의미에 관해서 얘기해달라.

▷김: 저는 책을 사면 구매 날짜, 구매 장소 등을 책에 써놓고 틈날 때 다시 책을 읽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처음 읽었을 때와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만약에 이삼십대에 '토마토를 팔아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나 '보석감정사로 성공한 딸'의 이야기를 읽었다면 정답이 뻔히 나와 있는 이야기로 별 느낌이 없었을 듯하다. 인생 후반기인 지금은 그 쉬움의 깊이와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많이 넓어졌다는 것을 느낀다.



▷연: 선생님 프로필에 '하쿠나마타타'라고 되어있던데 무슨 뜻인가?

▷김: 오래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바둑을 공부했는데,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서울과 일본으로 유학을 보냈었다. 그 시절 아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 등 이런저런 감정들이 겹쳐 마음이 힘들었을 때, 책을 많이 읽으며 감정을 추스르곤 했는데 그때 '걱정하지마 다 잘될 거야'라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던 만화 속 주인공인 아기 사자 심바와 친구 티몬 품바가 부르는 노래가 '하쿠나마타타'였다.



▷연:'하쿠나마타타'가 우리가 오늘 이야기 나누고 있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지금은 나쁘지만 내일 좋을 수 있고 지금 좋지만 내일 나쁠 수 있으니 일희일비하지 말고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사건들을 조용히 잘 헤쳐 나가는 게 답이다'와 같은 뜻으로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은데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여전히 살아가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저마다 자기 생의 작가다. 어제와 오늘, 내일의 삶이 이어져 비로소 삶이 완성되듯이 삶이 내게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 작가의 언어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겨본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고.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의 독서대담 영상은 유튜 브 '책 읽는 서귀포'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북타임(BookTime)


"어머님 아버님 고맙수다. 막둥이가 책방 열어수다." 책과 사람, 문화가 숨 쉬는 공간.

시간을 선물하는 책방 북타임. 3대가 살던 소박하고 정겨운 옛집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며 대표인 임기수씨가 직접 섬세하게 손을 보아 1년 7개월간의 공사 끝에 올해 6월 문을 열었다. 주소는 서귀포시 위미중앙로 160. 연락처 064)763-5511, 010-9800-6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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