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동굴이나 움집에 살던 선사시대 보다 못한 2020년

[백록담] 동굴이나 움집에 살던 선사시대 보다 못한 2020년
  • 입력 : 2020. 10.12(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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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중반으로 기억한다. 기자의 부친이 일요일 아침이면 뭔가를 꺼내 TV를 주시하곤 했다. "준비하고 쏘세요." 주택복권 추첨 모습이다. 당시 1등 당첨금이 500만원으로 기억한다. 그 돈이면 웬만한 집 한채 장만이 가능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반백년 전에도 서민이 목돈을 마련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길은 복권이었던 듯 싶다. 물론 당첨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40여년을 훌쩍 뛰어넘은 2020년. 기자도 토요일 밤이 되면 TV를 특정 채널로 돌린다. 매번 꽝이지만 혹시나 하면서…. 로또복권이다. 토요일 밤 TV를 켜는 사람들이 전국에 수백만명은 되지 않을까.

수십년을 넘나든 주말 풍경이 집 마련이라는 공통점 속 다른점이 있다면 40여년전 당시는 월급만으로도 집 장만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소위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자수성가로 집을 마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서울지역 84㎡ 이하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단다. 전용면적 31㎡ 아파트는 6억원을 돌파했다. 웬만한 아파트 한채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10억이라….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무려 2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거액이다. 부모 등 주변의 도움이 없다면 스스로 벌어 자기 집을 갖는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세상이다.

집 장만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이들이 집을 꼭 사고 싶어 한다. 자가 유무와 크기, 소유하고 있는 주택 형태, 어디에 있는가 등이 사람을 평가하고 신분을 가르는 세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서울이라는 특정지역을 예로 들지 않아도 주택 문제는 전국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고민이다. 제주라 다를 바 없다. 제주지역 웬만한 아파트 가격은 5억원 전후로 형성되고 있다. 시내권이 아닌 외곽,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다세대라도 평당 1000만원대 가격이 일반적이다. 서울보다야 낮은 가격일지라도 제주에서도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게 역시 쉽지 않은 현실이다. 2019년 기준 제주의 무주택자 비율은 약 45% 가량이다. 길을 걸어가는 성인 두 명에게 물어보면 한 명은 자기 집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는 얘기다.

매번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쏟아내곤 하지만 집값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아니 앞으로 더 심해질 듯 싶다. 모 언론이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내년 이후 집값이 어떨 것 같은가 물었더니 10명중 4명은 "오른다"고 답했고 3명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미미했다.

집값이 오르다보니 월세나 전세값도 폭등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집 없는 서민은 이래저래 힘든 세상이다. 집 두 채 이상 갖고 있다는 국회의원이 수두룩하다는 언론 보도는 씁쓸함을 넘어 혈압을 오르게 한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세가지가 있지 않은가. 의식주다. 요즘 세상에 없어서 굶주리는 이는 물론 헐벗은 사람은 없을 터이다. 그런데 집은? 현재를 살아가는 서민들이 첫손에 꼽는 스트레스 주범이다. 동굴이나 움집에 살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때론 굶주리고 헐벗었다 할지라도 집 문제로 받는 스트레스는 현재를 사는 우리보다 덜하지 않았을까.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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