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풍요의 시대와 빈곤의 사회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풍요의 시대와 빈곤의 사회
  • 입력 : 2020. 09.23(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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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숲은 쓰레기 천지였다. 플라스틱 컵과 음식물 포장용 비닐, 종이, 페트병, 술병 등이 널려 있었다. 차량에서 버린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뿐 아니라 전기장판이나 이불, 서류가방 등 생활형 쓰레기도 넘쳐났다. 계곡 근처에서는 차량 타이어와 깨진 범퍼도 나왔다. 도로 시설물을 보수하고 남은 잔해와 폐건축자재 등도 보였다. 쓰레기가 계속 나오면서 (자원봉사자들이) 50m를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8월, 모 중앙 일간지에 실린 기사, '한라산 도로 주변은 쓰레기 천지… '쓰레기 안 버리기 캠페인' 절실'의 일부다.

이 기사는 정보기술과 첨단과학기술을 위시한 온갖 문명의 혜택을 구가하는 풍요의 시대에, 이기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미개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의식이 '빈곤'한 사회가 과분한 물질의 '풍요'시대를 감당하기가 버거워서 나타나는 참담한 결과다. 저기 버려진 쓰레기들은 우리의 저급한 문화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 쓰레기들은 문명의 이기(利器)로 세상에 나와서 한때 사랑받으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누린 혜택에 대해 고이 보내는 도리조차 무시하고, 야만스러운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

이게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니 큰 걱정이다.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그냥 차창 밖으로 버리는 것도 다반사다. 병원의 실외 흡연실 바깥과 주위, 벤치나 화단에는 금연을 호소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버젓이 거기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린다. 이런 '미개'의 현장은 그곳만이 아니다. 시가지를 벗어난 곳의 도로변과 도랑에도 담배꽁초 외에 과자류의 포장지, 음료수 캔이나 종이팩, 술병까지 다양한 종류의 온갖 쓰레기들이 많이 버려져 있다. 또, '클린하우스'에 조차 마구잡이식 버리기가 허다반하다.

요즘은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과 그 활동이 매우 두드러진 시대다. 자연과 자원의 보호, 환경의 보전 등을 위한 매스컴과 관련 단체들의 활동이 많이 눈에 띈다. 자잘한 생활 쓰레기에서부터 대형폐기물에 이르기까지 그 수거를 위한 체계도 아주 잘 갖춰져 있다. 삼림과 생태계 지키기, 자연 풍광 지키기, 삶의 터전과 자연유산 지키기 등의 개별적 사안을 위해 벌이는 활동도 그 체계와 규모면에서 풍요롭다. 그런데 이런 선진 개명의 시대와 시민의식이 빈곤한 미개사회가 공존하고 있는 게 참으로 이상하다.

이제, 올바른 시민의식의 내면화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제주의 미관이 병들고 우리 삶의 환경이 오염되고 피폐해지고 있다. 나아가서 우리의 정신까지 부식되며 야만에 이르고 있다. 이는 잘못된 의식과 정신의 문제에서 비롯하고 있으므로, 바른 시민의식의 제고(提高)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유형의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의식의 개선과 개혁 등 무형적인 분야에 '풍요로운' 관심과 실천이 중시돼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모두가 제 구실을 잘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오염되고 파괴된 자연과 환경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런 폐해를 알고도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우매한 미개'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방조 행위'다. <이종실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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