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수형인 2차 재심 청구 사건 심문 마무리

제주4·3수형인 2차 재심 청구 사건 심문 마무리
2차 재심 심문 최후 진술 생존 7명 억울함 호소
변연옥 할머니 진술 녹화 후 별세..'마지막 증언'
  • 입력 : 2020. 08.10(월) 13:34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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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 무슨 이념과 사상이 있겠습니까? (국가는 이런) 어린 아이를 잡아다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했습니다. 선고 형량도 재판이 끝난 후 형무소로 끌려가고 나서 며칠 뒤에야 알았습니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4·3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생존수형인 7명이 제기한 2차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한 심문 절차가 법정에서 청구인의 최후 진술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앞으로 재판부는 생존수형인이 제출한 진술 녹화 영상 등을 검토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0일 201호 법정에서 김묘생(92) 할머니와 장병식 할아버지(90) 등 8명이 낸 2차 재심 청구 사건의 심리를 속행했다.

 4·3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져 옥살이를 한 생존수형인이 재심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로, 앞서 지난해 1월 1차 재심 청구 사건에서는 18명이 사실상 무죄에 해당하는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날 수형인 7명은 진술을 녹화한 CD를 법정에 제출하는 것으로 법정 증언을 대신했다.

 이중 CD에 담긴 변연옥(91) 할머니의 진술은 사실상 마지막 증언이됐다. 변 할머니는 진술 영상을 녹화한 뒤 지난달 20일 재심 개시 결정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별세했다.

 2차 재심 청구 사건에 참여한 송석진 할아버지(93)는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별세했지만 다행히 지난해 제주4·3도민연대 측이 송 할아버지를 상대로 진술을 녹화한 영상이 있어 이 영상이 법원에 제출됐다.

 故 변연옥 할머니의 딸 이소향(68)씨는 "어머니가 평생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 살았다고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좋은 결과를 전해주시길 바란다"며 조속한 재심 개시 결정을 촉구했다.

 故 송석진 할어버지의 아들 송창기(73)씨는 "살아 생전에 진상 규명이 되는 것을 보셨으면 좋았을텐데 작고하셔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대부분의 생존수형인들이 모두 연로한데 이들이 살아있을 때 하루 빨리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재판부가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재심 개시 여부는 별도의 심문 기일 없이 재판부가 그동안 심문 과정에서 제출된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결정한다. 한편 김 할머니 등 7명은 1948~1949년 사이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 혐의로 적법한 절차없이 군사재판에 회부돼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해 부당하다며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재심을 청구했다.

또 이들과 마찬가지로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을 받고 수형생활을 했지만 지금껏 생사를 확인할 길 없이 행방불명된 330여명에 대한 재심 청구 사건도 심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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