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장마' 여름별미 한치회가 사라졌다

'역대급 장마' 여름별미 한치회가 사라졌다
긴 장마로 인한 저수온으로 어획량 70∼80% 감소
생물 한치회 100g에 1만원…물회 안 파는 식당도
  • 입력 : 2020. 08.06(목) 11:31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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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제주를 대표하는 인기 횟감 한치의 올해 어획량이 크게 줄어 어민과 도소매 업체, 소비자까지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원한 한치물회나 한치회를 찾는 이들이 많지만 공급 물량 자체가 워낙 줄어 돈을 주고도 쉽게 한치를 사 먹기 힘들게 됐다.

 이달 초 지인과 제주시 동한두기 횟집거리를 찾은 도민 강모(32·여)씨는 한치물회와 백숙을 주문했지만 한치 물량이 없어 물회 주문은 아예 받지 않는다는 주인 말에 결국 백숙만 먹고 돌아와야했다.

 강씨는 "어느 가게를 가도 냉동 한치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는다"며 "올여름 한치 먹기가 유난히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산 관계자들은 한치가 잘 잡히지 않는 원인으로 예년보다 길어진 장마로 인해1∼2도 가량 낮아진 해수 온도를 지목한다. 수온에 민감한 난류성 어종인 한치는 표층 수온이 조금만 낮아져도 좀처럼 근해로 접근하지 않아 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저수온으로 인해 올해 한치 어획량이 평년의 20∼30% 선에 그치고 있다는 게 어가와 도매상들의 설명이다.

 6일 성산포수협의 한치 경매 입찰가는 1㎏당 4만5천원까지 치솟았다. 도매상들이 한치를 1㎏에 4만5천원에 사서 식당에 5만원 이상에 넘기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엔 1㎏에 2만5천원에서 3만원 사이에서 한치를 공급받아 판매하던 식당들은 올해 배 가까이 올라버린 한치값에 접시에 올리는 양을 줄여 내놓거나 아예 한치회 자체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민들이 주로 찾는 제주시 내 한 횟집의 주인은 "이번 주 들어 3일과 4일 이틀은 손님들에게 한치회를 판매했지만, 그 이후 물량이 들어오지 않아 아예 판매를 접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변의 식당들에서는 한치회 300g을 3∼4만원에 내놓고 있다.

 제주시 연동의 한 향토음식점은 최근 한치물회 가격을 1만5천원에서 1만6천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한치 조업을 주로 하는 한 선주는 "7월말과 8월초에 한치가 제일 많이 나올 시기인데 올해는 기름값조차 뽑기 어렵다"며 "중국에서 저염분수까지 제주 근해에 도달하게 되면 올해 한치 조업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 내 한치 어획량은 2017년 891t에서 2018년 873t, 지난해 467t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지구적인 이상기후의 영향이 한치 어획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수산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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