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쓰고, 쓰고, 씁니다

[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쓰고, 쓰고, 씁니다
  • 입력 : 2020. 05.27(수)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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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스크를 씁니다. 오월도 어느덧 하순. 꽃피고 잎 푸른 맑은 날이 무색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어느 날은 제가 만든 마카롱에도 마스크를 그려 넣었습니다. 마스크 아래 도드라져 보이는 캐릭터의 웃는 입이 귀엽고도 가엾습니다. 씌웠더니 손님들이 '너도 썼구나' 웃고, 벗겼더니 '시원해서 좋겠다' 웃으셨어요. 동병상련에 이심전심으로 웃습니다.

발신처도 다양한 공적 문자는 확성기에 빨간불을 켜고 수시로 날아듭니다. '모임, 행사, 여행 등 연기 또는 취소/생필품 구매나 병원 방문, 출퇴근 외 외출 자제/유증상시 재택근무/마주보지 않고 식사하기/다중이용공간 사용 않기/퇴근 후 바로 귀가하기/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두 팔 간격 건강거리 유지/30초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주기적 환기, 소독/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마스크 착용, 대화자제' 등등. '나와 내 이웃을 지키는 착한 습관'. 어찌 보면 단순 유치하지만 절절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까지 그간의 문자들을 내려 읽다보니 지난한 코로나 극복의 역사가 보입니다.

보내주신 정부재난지원금은 잘 쓰고 있습니다. 클릭 몇 번으로 현금카드에 충전되었습니다. 기부도 좋지만 지금은 '경제전시상황'이라지요. 즐겨 쓰기로 합니다. 통장 잔액에 보태지지 않아 마치 비상금 봉투를 따로 여는 것 같습니다. 사용처에서 결제하면 저절로 차감되어 잔액까지 문자로 알려줍니다. 동네마트에서 생필품을 샀고 자동차 뒷좌석의 손잡이를 고쳤고 피자도 시켜먹었고 지인의 옷가게에서 블라우스도 한 벌 샀습니다. 경제의 연결고리가 그러한데 내 소비가 가까운 이웃을 돕게 되는 당연하고도 새로운 경험입니다. 그래서 더욱, 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편의점 고급아이스크림의 매출이 상승했다니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제 사업장도 자동으로 사용처가 되어 있었습니다. 카드결제 때 '지원금'이라는 꼬리표가 보이는지 궁금해 하셨지만 업주에겐 주머니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바삐 준비하고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노고가 느껴져 함께 감탄했습니다.

코로나가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지만 우리 모두 잘 견디고 있어요. 마지막 한 사람까지도 찾아내는 끈질김, 드라이브스루와 비대면 검사 같은 창의적인 노력이 '방역1등 국가'를 만들고 그 비결을 국제사회가 공유한답니다. 기지 발랄함, 상상이상의 저력으로 위기에 더욱 강해지는 사람들. 우리 대한국민입니다. K방역, K선거, K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로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지요. 앞선 나라라던 그들이 우리를 배운답니다. '배틀 플립' '아리랑 볼' 에 이웃나라가 열광한다는 뉴스는 즐겁습니다.

애쓰시는 의료진, 봉사자, 담당공무원, 시민과 저 스스로를 응원합니다. 뭉클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마치 왕관모양을 하고 있다지요. 돌연변이가 잦은 이 바이러스는 죽음의 왕관이라지만 왕관의 무게를 거뜬히 견딘 우리, '세계 제일'이라는 왕관을 쓰기로 하지요. 그래서 오늘도 마스크를 기꺼이 쓰고, 재난지원금을 감사히 쓰고, 짧게나마 여기에 씁니다. 모두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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