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 (196)제주시 도두동 ‘바당조배기’

[당찬 맛집을 찾아서] (196)제주시 도두동 ‘바당조배기’
정성으로 담아낸 제주의 맛 바다 향 가득 머금은 ‘조베기’
  • 입력 : 2020. 05.15(금)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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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한 식감·구수하고 담백한 국물
양껏 들어간 해산물에 매생이까지

비린내 없는 고등어죽… 건강한 맛


조베기는 수제비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고, 고등어 죽은 옛 제주사람들이 즐겨 먹던 향토 음식이다. 하지만 제주에서 조차 '제주스러운' 두 음식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바당조배기'는 고등어 죽·조베기 전문 음식점이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칼국수 전문점을 성공적으로 키워낸 김성건 대표(44)가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왜 수많은 음식 중 조베기와 고등어 죽이었을까. 김 대표는 "색다르면서 제주스러운 음식점 개점을 고민하다가, 그동안 칼국수 전문점을 운영하며 익힌 반죽 비법을 접목할 수 있는 음식이 조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또 한림항 경매사들과 친하게 지낸 덕분에 싱싱한 고등어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제주에는 조림, 구이, 회 등을 파는 고등어 전문점은 많아도 죽을 파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어 고등어 죽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수·담백한 '바당조배기'.

김 대표가 선보이는 '바당조배기'에는 조베기에 더해 바다 냄새 물씬 나는 해산물이 양껏 들어가 있다. 멸치와 밴댕이, 다시마, 건새우, 미역, 갖은 야채로 끓여낸 육수에 문어와 쭈꾸미, 몸에 좋은 매생이, 김을 넣었다. 매생이는 제주에서 나지 않아 전남 장흥에서 공수해온다고 한다. 조배기 반죽에는 2가지 종류의 밀가루와 전분이 들어간다. 1시간 정도 반죽을 치댄 뒤 영하 1~5℃ 저온냉장고에서 12시간 숙성한다.

조베기는 탱탱한 식감을 자랑했다. 밀가루의 특유 냄새도 없다. 김 대표는 충분한 숙성 과정과 섞어쓰는 밀가루 2종류 중 한 종류에 그 비법이 있다고 했다. 국물은 구수하면서 담백했다. 조베기를 자칫 잘못 끓이면 전분이 찐득하게 올라와 지나치게 국물이 걸쭉해지는데 김 대표의 그 비법 덕분에 국물도 적당한 식감을 유지하고 있다.

바당조배기를 주문하면 보리밥이 딸려 나온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보리밥에 양념장을 넣어 먹으면 부족한 간을 채울 수 있다.

'바당조배기'가 내놓는 고등어 죽 이름은 '오메가 고등어죽'이다. 고등어에는 불포화 지방산인 오메가3가 많은 데 심혈관질환에 좋다.

고등어 죽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손질을 허투루하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김 대표는 아침부터 고등어 껍질을 일일이 벗겨내고, 피와 뼈를 제거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고 한다. 고등어는 한림항에서 당일 공수한 생물만 쓴다. 신선한 재료에 김 대표의 억척스러움까지 더하니 비린내를 찾아볼 수가 없다.

오메가 고등어죽.

고등어 죽은 고등어 뼈로 우려낸 육수에 불려낸 찹쌀과 고등어를 한 데 넣어 끓이는 것이 아니라 볶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볶는 과정에서 고등어 살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자연스럽게 풀어진다.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간은 오로지 천일염으로만 했다. 여기에 참기름을 살짝 올리니 담백하면서 고소하다.

김 대표는 "우리가 내어줄 수 있는게 정성밖에 없다"고 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어느 음식 하나 허투루 만든 것이 없다. 손수 만든 밑반찬이며 간을 채우는 천일염도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3시간 볶아서 쓴다. '바당조배기'에 고명으로 얹은 김도 조미김이 아니라 파래김을 사다가 직접 볶은 것이다.

김 대표는 "'바당조배기'에 오셔서 건강한 음식을 드시고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바당조배기'는 제주시 서해안로 155(도두1동 2623-3)에 위치하고 있다. '바당조배기'와 '오메가 고등어 죽' 가격은 각각 8000원이다. 이밖에 칼국수와 매생이문어전, 문어탱탱볼도 선보이며 영업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일요일은 휴무다. 문의=064-747-1585. 이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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