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의 목요담론] 4월의 줄다리기

[이성용의 목요담론] 4월의 줄다리기
  • 입력 : 2020. 04.02(목)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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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 영차!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운동장에서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열심히 줄을 당기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본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는 청군과 백군이 줄을 마주잡고 겨루는 줄다리기였다. 운동장 중앙에 긴 줄을 놓아두고, 두 팀이 겨루는 줄다리기는 줄을 잡아 당기거나, 각 팀을 응원하여 잠깐 동안이지만 운동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줄다리기에서는 줄을 잡은 선수들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시작과 동시에 상대팀을 끌어오고자 온힘을 쏟았다. 옆에서 열띤 응원이 이어지지만 정작 줄다리기 선수들은 긴장된 상태에서 줄을 잡고 힘을 겨루니 응원의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그런 줄다리기는 개인별 힘이 강한 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단합이 잘된 팀이 항상 이겼다. 줄다리기는 우리나라 민속놀이의 하나이고, 정월대보름에 마을별로 겨뤘고,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고 액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줄다리기를 즐겼다고 한다. 줄다리기는 힘센 사람이 혼자서 열심히 당긴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 한마음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줄을 당겨야 이길 수 있다. 이러한 줄다리기의 속성 때문에 다른 경기에 이겼을 때보다 더 큰 승리의 감동과 팀원들 간의 단합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만물이 생동하고 사람들의 활동도 많아지며 전국 각지에서 지역별 특색을 살린 봄 축제들이 많이 열렸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로 확진자들이 늘어나고, 국가들마다 대응하기에 분주해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즐기는 여유들이 사라지고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힘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직장 및 일상적인 사회활동의 제약과 더불어 학생들의 개학마저 연기되며 모두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또 하나의 줄다리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19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줄다리기에서 중요한 것은 줄다리기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하는 것이다. 모두 같이 노력한다면 코로나19가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우리는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와 각 지역마다 모든 구성원들이 연대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 사람들의 행동반경이 한 지역, 국가로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화되어 활동이 다양하고 많아지고 있다.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줄다리기는 힘들지만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민족은 많은 어려움과 역경을 함께 견디고 이 땅에서 잘 살아왔다. 이에 이번 줄다리기에서도 모두가 힘을 모으고 동시에 줄을 당긴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줄다리기의 조건이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나가는 국가적인 노력, 개인별 위생관리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사회활동도 조정하도록 하자.

4월의 줄다리기를 잘 극복하여 생동하고 있는 주변 만물들과 늦봄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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