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가 이슈&현장] 흉물 신세 덕수리 민속공연장

[제주문화가 이슈&현장] 흉물 신세 덕수리 민속공연장
  • 입력 : 2020. 02.18(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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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공예 상시 재현장으로 조성된 덕수리 민속공연장이 2018년 여름 태풍으로 지붕이 파손된 이래 방치되어 있다. 진선희기자

2009년 도비 등 5억원 투입
2년 전 여름 태풍 피해 겪어
도지사 방문에도 복구 감감

마을만들기로 인프라 확충
기존 시설 점검도 동반돼야


제주도무형문화재 종목을 두 개나 보유하고 있는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주철로 솥과 보습을 제작하는 공예기술인 덕수리 불미공예, 운반노동요인 방앗돌 굴리는 노래가 1986년에 도무형문화재로 지정, 전승되고 있다. 2009년 제주조각공원 인근에 상설 민속공연장이 생겨난 이유다.

무형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마을의 특징을 살려 만들어진 민속공연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월 태풍 솔릭의 내습 이래 공연장 지붕 일부가 뜯겨나간 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 공연 소품 창고 둔갑=덕수리 민속공연장은 도비 4억 5000만원, 자부담 7000만원 등 총 5억2000만원을 들여 지어졌다. 불미공예 종목을 중심으로 상시 민속공연이 가능하도록 지붕을 덮었고 무대와 관람석도 별도 조성했다.

하지만 건립 취지와 달리 불미공예 재현장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시연에 필요한 재정 마련 등을 이유로 종전처럼 연1회 덕수리 전통민속축제 기간에 맞춰 재현 행사를 벌인 일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불미공예는 보유자가 공석인 상태로 명예보유자 1명, 전수장학생 2명을 두고 있다. 마을 주도로 전승 활동을 펼친다고 해도 이대로면 전승 체계가 취약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2018년 태풍으로 공연장 지붕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덕수리를 직접 찾아 피해 상황을 청취한 일이 있지만 복구 예산은 배정되지 않았다. 사실상 방치된 민속공연장에는 근래 방앗돌 굴리는 노래에 쓰이는 장비를 포함한 공연 소품들만 쌓여 있었다.

▶34억 들인 마을만들기 별도 진행=마을회 관계자는 "제주도에 건의하고 국회의원을 통해 요청했지만 피해 복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지붕 철거에만 2억원이 든다고 하니 마을에선 손을 못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을 사람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주기적으로 공연을 하기 힘들다"며 "공연장은 당장 보수 못해도 공모 사업 등으로 불미공예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미공예 공연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었다"며 "최근엔 기부채납해 실내 전수관으로 리모델링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마을의 의견이 모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문화재 부서는 마을 재산이니 방도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자본 보조 사업으로 지어졌고 관련 법에 따라 5년이 지나면 행정에서 관여하기 어렵다"면서 "직영이나 민간 위탁 전수관이 아니면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귀포시는 이 지역에서 도비와 국비를 합쳐 34억원이 투입된 창조적 마을만들기 종합개발사업에 나섰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진행된 덕수권역 사업은 마을이 보유한 전통 민속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북카페, 문화센터, 민속마을 갤러리, 먹거리 체험장 등을 꾸몄다. 마을에 문화 인프라가 느는 만큼 민속공연장과 같은 기존 시설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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