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 3부] (8)전라남도 여수시 연도마을 해녀

[한국 해녀를 말하다 3부] (8)전라남도 여수시 연도마을 해녀
“해녀의 삶 고단하지만… 연도 해녀 명맥 이을수만 있다면”
  • 입력 : 2019. 11.25(월)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금오열도의 끝 섬 ‘연도’
고령화 등 어려움 속
제주출신 해녀 4명 남아
30~40년 전 풍부했던 해산물
유조선 기름유출사고 후 황폐
현재도 온전히 회복 못한 바다
“마지막 세대 될것 같아…
힘이 닿는 데까지 물질”


전라남도 여수시 금오열도의 끝 섬인 연도. 해안선이 천혜의 절경을 이루고 있고 소리도 등대 등을 비롯해 코끼리 코바위 등 다양한 볼거리도 산재해 방문객의 발길이 닿고 있는 이곳에도 제주출신 해녀들의 삶의 이어지고 있다.

연도마을 전경

연도의 원래 이름은 '소리도'였다. 섬 중앙의 시루봉의 모습이 솔개가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모습과 흡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소리도의 섬 이름은 1396년 솔개 '연' 자를 써 '연도'라고 바뀌었는데 주민들은 여전히 소리도라 부르고 있다.

취재팀은 지난 9월 24일 금오도 내 안도항에서 여객선을 이용해 연도 역포항으로 향했다. 역포항에 도착한 뒤 취재팀은 섬 중심지인 연도마을로 향했다. 예전에는 여객선이 연도마을로 다녔는데, 역포마을과 연도마을을 잇는 도로가 확장된 이후부터는 육지와 가장 가까운 연도의 북동쪽 포구인 역포마을에 대고 있다. 역포마을에서 연도마을까지는 2㎞ 남짓인데 마을버스 1대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제주 출향 해녀 왼쪽부터 위연춘, 이순자, 권정자씨.

이날 연도마을에서 위연춘(66·한경면 용수리)·이순자(65·대정읍 신도리)·권정자(66·구좌읍 동복리) 해녀를 만났다.

이들에 따르면 연도마을의 제주출신 해녀들은 총 4명으로, 이들 모두 30~40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연도에 정착했다. 정착 당시에도 연도에는 해산물이 풍부해 제주출신 해녀들의 왕래가 잦았다. 그러나 1995년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바다가 황폐해 지면서 해녀들의 발길은 점점 사라졌다.

연도마을 해녀배

연도 해녀들은 연도어촌계 소유의 배를 해녀배로 임대해 공동어장에서 물질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주 수입원은 전복과 해삼·소라·성게·홍합 등이다. 하루에 많게는 수십 만원에서 적게는 만원 단위의 수입을 올릴 때도 있다. 주 수입원 말고도 해녀들은 각종 해조류를 채취하고, 공동어장에서 나오는 소득은 어촌계와 분배한다. 어촌계는 해녀에게서 분배받은 수익금을 다시 마을 어촌계원에게 분배하고 있다. 더불어 해녀를 제외한 섬 주민들은 어촌계 어선 등을 이용해 연도 앞바다에서 문어, 삼치와 갈치 등 제철 어류를 잡는 등 해녀들과 함께 마을 소득에 보태고 있다.

연도 해녀들의 물질도구

연도 해녀와 섬 마을 주민들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풍부한 수산자원과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해 나름대로 넉넉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1995년 원유를 싣고 가던 14만t급 대형유조선 시프린스호가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높은 파도에 떠밀려 연도 등대 부근에서 좌초되면서 많은 양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돼 막대한 피해를 보았고,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피해는 온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연도 해녀들의 작업도구

해녀들은 "과거에는 바다에 나가 먹고 살 정도로는 해산물을 채취했는데, 수십년전 유조선의 기름유출 사고로 마을 어장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이는 곧 소득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업친데 덮친격으로 최근에는 해녀들이 고령화를 겪으며 기력도 점점 약해지는 등 생활비를 벌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들은 "연도마을과 더불어 역포마을도 비슷한 상황인데 연도 해녀는 고령화 등으로 점점 사라져 아마 이번 세대가 마지막 세대가 될 것 같다"며 "힘이 닿는데까지 물질을 이어갈 생각이지만, 향후 연도 해녀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연도항에서 바라본 일몰

한편 연도는 여수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해상에 있다. 주변의 안도·금오도 등과 함께 금오열도를 이룬다. 삼국시대에 유배지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뗏목을 타고 이곳에 이르러 정착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연도에는 빼어난 자연경관이 많은데 동물 형상을 하고 있는 코끼리 바위, 물개바위, 하늘담 뱀대가리와 콧구멍 바위, 남근바위, 불상바위,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 솔팽이 굴과 낟가리 바위 등 볼거리가 풍부해 탐방객의 발길이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특별취재팀=팀장 고대로 행정사회부장, 이태윤기자

▶자문위원=양희범 전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장,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 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조성익·오하준 수중촬영전문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21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