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새들의 친구가 돼 고민 들어보세요"

"숲과 새들의 친구가 돼 고민 들어보세요"
[제주도교육청·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 (4)오름중
큰부리까마귀·큰오색딱따구리·족제비 이야기 '인기'
단풍 보고 낙엽 밟고 자연정화활동까지 보람찬 하루
  • 입력 : 2019. 11.16(토) 15:55
  • 백금탁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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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중학교 학생들이 16일 한라산둘레길에서 열린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를 찾아 김완병 박사가 들려주는 생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은 족제비똥을 관찰하는 아이들.

"중학생인 여러분들처럼 숲도, 나무도, 새들도 모두 고민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 만큼은 여러분들이 자연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연의 고민이 무엇인지, 친구로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 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숲학교를 찾은 오름중학교 아이들에게 들려준 첫 말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고민을 풀고, 자연의 소중함은 무엇인지를 함축적으로 쉽게 풀어 얘기했다.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가 올해 네 번째로 16일 한라산둘레길 돌오름길에서 열렸다. 이날 2학년 학생 27명과 교사 2명이 동행했다. 오랜 만에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등 일상에서 벗어나 단풍을 구경하고, 친구들이랑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숲길을 걸었다. 곱게 물든 단풍길을 보고, 땅위로 떨어진 폭신한 낙엽을 밟고, 가끔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숲속여행을 했다. 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시간이다.

오름중 학생들이 삼나무 숲에서 까마귀의 고사성어인 반포지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오름중학교 학생들이 16일 한라산둘레길에서 멧돼지가 먹이활동을 한 모습에 대해 김완병 박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숲길을 걷던 새 전문가인 김완병 박사는 삼나무숲에서 효도의 새로 알려진 까마귀의 이야기를 담은 '반포지효(反哺之孝)'를 풀어냈다. 반포지효는 흉조라 여기는 까마귀도 자란 뒤에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이야기다. "지금 저기 보이는 큰부리까마귀는 깃털이 검지만 효도를 하는 새로 잘 알려져 있죠. 새들은 둥지가 작기 때문에 아기새가 일찍 독립해서 살 수 있도록 어미새들이 먹이로 유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치 어미새가 어린새에게서 먹이를 받아먹는 것처럼 보여서 만들어진 고사성어가 바로 반표지효입니다. 새의 모습을 빗대 부모에게 효도를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김 박사는 이어 새들에게 있어 고목의 중요성과 함께 인근에서 찾은 족제비똥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이들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 들려줬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큰오색딱따구리는 큰 고목을 파서 둥지로 쓰고 나서 작은 새들에게 자신의 조금자리를 양보하는 배려 깊은 새예요. 그리고 족제비는 동물성으로 영역표시를 하기 위해 자신의 배설물을 이곳저곳에 남기는데, 여기(족제비똥)를 보면 소화가 안된 딱정벌레와 털들이 보이죠? 족제비는 새들도 잡아먹는 아주 빠른 녀석이죠."

숲길탐방에 나선 아이들은 처음에는 힘들다며 다소 투덜거렸지만 금세 재미있는 숲학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곱게 물든 단풍은 물론 족제비똥까지 찍는 열정(?)을 보였다. 그리고 되돌아오는 길에서 멧돼지가 남긴 흔적을 찾아보고, 일부 탐방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우며 자연정화활동도 벌였다.

오름중 학생들이 16일 한라산둘레길에서 열린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를 찾아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고승한·강기량·박현정·김지훈 학생은 "큰부리까마귀 이야기랑 족제비똥 관찰하는 시간이 제일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다"며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숲속에서도 더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을 모았다.

김민경·강재형 교사는 "숲학교는 학교 내에서만 활동하던 아이들이 숲을 찾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유익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친구들과 숲에서 걷고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여기에 눈높이 맞는 해설이 곁들여지며 애들의 집중도 역시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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