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와 문학] (24)김용해 시 '이어도 하라'

[제주바다와 문학] (24)김용해 시 '이어도 하라'
"이어, 이어도하면 나 눈물이 난다"
  • 입력 : 2019. 10.1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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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앞바다. 김용해 시인은 40년 전쯤 제주의 한과 눈물, 울음소리를 집약해 놓은 이어도 가락 등을 소재로 '제주도를 노래한 시집-이어도 하라'를 냈다. /사진=한라일보DB

제주인 모질고 아픈 인생
이어도 민요 가락에 집약
"그들 아끼고 사랑하련다"

시인에게 고향 제주는 눈물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가 불러내는 존재들엔 너나없이 울음 소리가 흐른다. 파도가 울고 누이가 울고 '돔박새'가 운다.

'서귀포 앞바다/ 둥글 둥글 떠도는 섬들로 하여 소리하느니/ 사람들아,/ 너 괴롭고 아픈 곳으로 가라./ 가서 그리워 하라./ 이어도 하면 나 눈물이 난다.// 떠돌아도 한 백년쯤 해서/ 이리로 다시 흘러와 소리 하느니/ 사람들아,/ 이 땅의 가난을 가난으로 알고/ 이 땅에서 씨뿌리며 살아가는 일/ 죽어서는 몇방울의 땀으로 사는 일/ 이어도 하면 나 눈물이 난다.'('이어도 하라-서귀포에서' 중에서)

김용해(1943~ ) 시인.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발을 디뎠고 1980년에 첫 시집 '이어도 하라'를 냈다. '제주도(島)를 노래한 시집'이라는 부제처럼 '이어도 하라'에 수록된 작품들은 대부분 제주, 서귀포의 사연들로 채워지고 있다.

"우리 제주사람들에겐 옛날부터 모질고 아픈 인생을 살아야 하는 한이 있고 눈물이 있고 또 울음소리가 있다. 이어도가 바로 그것을 집약한 민요의 한 가락이다. 나는 이것들을 아끼고 사랑하려 한다."

시집 첫 머리에 써놓은 말이다. 시인이 읊어간 제주 시편들엔 여리고 슬픈 감정이 배어있다. 동백, 감귤꽃, 한라산, 제주바람, 돌담, 대평리 마을, 제주 해녀 설화 등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펼쳐놓는 동안 그 감정은 깊어진다.

꿈 속에 나타나는 고향마을에도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이 있다. 그 눈물을 안은 채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가 등어리를 부비며 천제연 물소리도 되고 가난한 과수원 밭의 딸들도 되고('고향') 싶다.

'어머니/ 지난 여름 돌멩이 쌓던 색달리 돌밭/ 지금은 풀들이 성성하겠지요./ 그때 묻힌 땀들이 흙 속에 묻혀/ 지금쯤은 가을 한철을 또 보내고 있겠지요./ 살아 생전 떠돌아 다니는 나의 눈물이/ 지금은 남산밑 후암동 한구석에 누워 있어도/ 나는 매일 밤마다 고향 마을로 떠나는 것을'('고향-어머니에게' 중에서)

괴롭고 아픈 이들을 어루만져 주는 건 결국 제주도다. 시집 간 누이에게 외로운 날이면 돌담 구멍 사이로 하늘을 보라 하고, 들판 넘어 어머니의 한숨을 보고, 어린 날들이 밀물져 피어오르는 저 아득한 꿈길을 보라('돌담')고 한다. 다시 서귀포 앞바다에 나온 시인은 '어둠에 묻힌 파도여,/ 더욱 그리운 이어도로 가라'며 절망 속에서도 고달픔을 이겨낼 곳으로 우릴 이끈다. 이 순간 '덜 아프고 웃음나는 그런 먼바다'에 있는 이어도는 환상의 섬을 넘어 제주 사람들이 고통을 견디고 넘게 해주는 실제의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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