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쓴 반성문… 4·3수형인 '감격'

국가가 쓴 반성문… 4·3수형인 '감격'
22일 제주지법에서 '형사보상 결정문' 수령
"70년 만에 맷값 받은 기분… 약값에 쓸 것"
구금일수에 대한 보상… 향후 손해배상 청구
  • 입력 : 2019. 08.22(목) 16:52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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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4·3 수형생존인들이 형사보상 청구서를 손에 들고 있다. 강희만기자

제주4·3수형생존인 18명이 국가가 작성한 '반성문'을 제출 받았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에 대한 '형사보상 결정문'을 손에 쥔 것이다.

 제주4·3도민연대는 2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70년 맺힌 한, 이제사 풀엄수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는 김평국(90) 할머니를 비롯한 수형생존인 12명이 참가했으며, 지난 2월 10일 별세한 현창용(87) 할아버지를 비롯한 나머지 6명은 가족이 대신 참석했다.

 이날 재심 재판과 형사 보상 청구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국가가 쓴 반성문 입니다"라고 말하며 형사보상 결정문을 하나씩 수형생존인들에게 나눠줬다. 결정문을 받아 든 수형생존인들은 70여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감격에 겨워 했다.

 김평국 할머니는 "이 종이쪼가리가 뭔지 사람을 상당히 즐겁게 한다. 4·3 당시 맞았던 맷값을 70년 만에 받는 기분"이라며 "그동안 겪었던 고통은 돈으로 풀리지 않지만 그래도 이 돈으로 약도 사고, 요양비로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근방(87) 할아버지는 "70년 묵은 한이 오늘에야 풀리는 것 같다"며 "이런 날을 만들어준 4·3도민연대와 변호사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4·3 수형생존인들이 형사보상 청구서를 손에 들고 있다. 강희만기자

임재성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제주4·3 당시 불법적인 고문과 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생존인에 대해 국가가 사죄·보상하는 것"이라며 "형사보상은 구금일수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수형생존인들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서는 다음달 중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아직 억울함을 풀지 못한 군사재판 피고인 2530여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령이거나 사망한 점을 감안하면 재심 소송이 아닌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하루빨리 일괄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4·3 당시 제주도민에게 부당하게 행사된 국가공권력에 대해 준엄하게 책임을 물은 사법부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결정은 향후 4·3해결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제주4·3도민연대는 또 다른 수형생존인 11명에 대한 재심을 조만간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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