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성평등 문화가 깃든다] (7)성평등 싹 틔우는 부산 사상구

[제주에 성평등 문화가 깃든다] (7)성평등 싹 틔우는 부산 사상구
'회색도시'서 배려의 도시로… 인식 개선 노력할 차례
  • 입력 : 2019. 08.14(수) 00:00
  • 이소진 기자 s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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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초 여성친화도시 지정
'공평한 삶의 기회' 제공 핵심
'맘쌤' 양성·성평등 교육 운영
여성들 소통·활동위한 공간도

부산광역시는 대표적인 보수 지역으로 손꼽힌다. 그만큼 성평등 정책 추진에 있어 '인식 장벽'이 일부 존재하곤 한다. 최근 젠더자문관 신설을 골자로 한 양성평등 기본조례 개정안이 일부 시민사회 반발로 부산시의회에서 부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진도가 전혀 나가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산 최초로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사상구의 9년차 활동을 짚어보면서 '공평한 삶의 기회'를 모색해본다.

사상구에서 여성친화공간으로 조성한 '우먼 라이브러리'.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되는 우먼 라이브러리는 지난 2015년부터 양성평등도서 작가와의 대화, 역사 속 젠더 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 살기 좋은 도시 구현 노력=사상구는 지난 2011년 12월 1일 부산 최초로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당시 '평등한 사상, 안전한 사상, 건강한 사상, 참여하는 사상'이라는 목표를 두고 모두가 살기 좋은 인간중심 도시 구현에 노력했다.

여성친화도시 사업은 성평등한 지역사회 조성을 하는 것이 골자다. 제도와 사업, 공간과 의사결정 과정과 일하는 방식에서의 성차별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즉 '공평한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상구는 구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여성친화도시조성협의체를 구성하고 여성친화일꾼(회장 정외숙)이라는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여성들의 정책 추진의 주체로 참여시켜 여성 리더의 역량을 강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지난 2016년 12월 9일 여성친화도시에 재지정됐으며, 2017년 1월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여성친화공간 운영·성평등 교육 활발=사상구는 역량있는 지역 여성(맘쌤)들을 전문가로 양성해 교육현장에 파견해 학교와 마을의 경계가 없는 교육 공동체를 육성하는 '맘쌤교육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친화일꾼 중 강사역량교육 100시간을 이수한 '맘쌤'이 전문기관과 자체 공동개발한 자체 공동개발한 젠더 및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초등학교에서 직접 교육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어린이 교통안전교육(14개교·1080명)'과 '성폭력 타파를 위한 퍼즐톡톡(14개교·1894명)'을 진행했으며, 학생과 학부모 등을 상대로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 93.6%를 얻었다. 올해도 2000만원을 투입해 관내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인권·평등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우먼 라이브러리'도 대표적인 성평등 사업이다. 2014년 12월 '지역여성 100인에게 묻다, 원탁토론회'에서 여성친화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추진됐다. 사상구 광장로 19번지 인근 명품가로공원 내 잔디광장을 여성들의 소통과 활동이 중심이 되는 매개공간으로 조성했다.

우먼 라이브러리에는 양성평등도서가 비치됐으며, 수다공간 등이 마련됐다. 운영은 자원봉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양성평등도서 작가와의 대화, 역사 속 젠더 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응을 얻었다.

느림우체통사업

이밖에도 매년 6000만원을 투입하는 여성 안심귀갓길 조성사업과 여성편의시설 환경개선사업비를 지원하는 여성친화희망기업 지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선옥 복지환경국 복지정책과장은 "과거 공단이 많았던 '회색도시'에서 이제는 여성과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환경의 도시로 변모했다"며 "지난 9년간 인프라는 구축했다. 앞으로는 인식 개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김문숙 (사)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장
"성평등, 인간의 행복과 발전 위한 바탕"
폭넓은 인권운동으로 전개돼야
여성들의 인식 개선 노력도 필요

부산에는 여성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한 김문숙(92) (사)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장이 있다. 1980년대부터 줄곧 여성 인권 활동을 전개했으며, 1990년대부터는 위안부의 실상을 알리는데 평생을 바쳤다.

그런 그는 최근의 여성운동의 모습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성폭력은 인간 불평등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본인(남성)이 우위에 있으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인 것"이라면서 "하지만 여성인권운동이 미투나 성폭력 문제에만 묶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 강하고, 폭넓은 인권운동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성평등은 21세기의 가장 사회적인 문제이자,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남, 여는 둘째 문제고 인간으로서 행복하고, 발전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여성 문제에 있어서 선진국에 뒤떨어진 느낌"이라며 "여성들이 되레 봉건적인 정신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여성들은 인간으로서 평등하고자 하는 노력을 배 이상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980년대 성폭력 상담소를 운영하던 당시 남성들은 여자들은 복종해야 하고 권력을 주면 안된다는 고루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봉건적 사상을 버리지 않는 남성이 상당하다"며 "우리 문화 발전의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인간은 동등하다는 생각을 공부해야 한다"며 "철저히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운동으로, 우리의 노력으로서 고쳐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 회장은 영화 '허스토리'의 실존 인물로, 대한여성경제인연합회장(1981년), 부산여성의전화 설립(1986년), 정신대신고전화 설치(1991년), 성폭력피해상담소장(1995년), 일본 법원에 군 위안부 국가배상 재판에서 승리배상 인정(1998년), 위안부 역사관 '민족과 여성 역사관' 설립(2004년)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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