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주愛 빠지다] (5)선흘1리 생태치유예술여행 오롯

[2019 제주愛 빠지다] (5)선흘1리 생태치유예술여행 오롯
선주민과 새주민, 그 만남을 잇다
  • 입력 : 2019. 08.13(화)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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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치유예술여행 오롯'은 마을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 세대 간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선흘1리 잇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생태치유예술여행 오롯' 제공

이주민·활동가 뜻 모아
주민 잇기 프로젝트 시작
선흘1리 절반 '새주민'
마을이해교육 등 운영
“삶 공유로 공동체 지속"


선주민은 노인들이었고, 새주민은 자녀를 둔 30~40대들이었다. 다른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노인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마을을 떠났다. 시골마을인데도 노인들은 길에서 마주친 젊은이와 아이가 어느집 식구인지는 물론이고 마을주민인지 관광객인지조차도 분간하지 못했다. 그렇게 공동체는 붕괴되어갔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이야기지만 제주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였다.

'생태치유예술여행 오롯'은 마을의 지속,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서는 세대 간 연결이 급선무임을 깨닫고 이른바 '선흘1리 사람 잇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9년 전 선흘1리에 이주한 자연생태 분야 작가인 이혜영씨가 화가이자 치료사인 또 다른 이주민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 도내외 활동가 등 모두 5명과 함께 만든 비영리단체이다. 지난 7월부터 본격 시작된 오롯의 잇기 프로젝트는 ▷새주민 환영 행사 겸 이해 교육 ▷어린이·청소년 기자학교 ▷추억이 방울방울 영화극장으로 나눠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선흘1리는 인구 증가 추세로만 본다면 주민의 거의 반은 사실상 새주민이다. 그러나 새주민이 마을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 역시 환영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고 공동대표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새주민 환영 행사 겸 이해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선흘1리 명소인 동백동산과 람사르습지 등 자연의 가치와 4·3 등 마을에 대한 이해 교육을 위해 가이드북도 제작 중이다.

9년 전만 해도 선흘분교는 전교생이 12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까지 맞았지만 지금은 새주민이 늘면서 70명으로 불어났다. 이제 마을이 주인공이 된 아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마을 이해 교육으로 8월 한달간 어린이·청소년 기자학교도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기자단을 꾸려 마을 어르신과 숲 등 자연을 취재한 뒤 신문을 제작할 계획이다. 자연스럽게 제주말을 배우고 마을을 알아갈 수 있는 생태수업인 셈이다.

'추억이 방울방울 영화극장'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어르신들이 좋아할 옛 영화, 어린이와 중년을 위한 영화를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세대 간 가교를 위한 '미장센'이라 할 만하다.

이혜영 공동대표는 "이미 널리 사용 중인 '이주민' 대신 '새주민'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차별'보다 '화합'에 방점을 찍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제주 청년들도 잘 모르는 부모들의 삶을 공유하고 만남의 장이 만들어지면 어르신들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젊은 세대들은 마을 일원으로 환영받아 마을과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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