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 문지숙 사진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제주신화’, 문지숙 사진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섬 밖으로 나가는 제주신화, 고독한 현대인을 위무하는 테라피 증명
  • 입력 : 2019. 08.09(금) 10:30
  • 이재정 시민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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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예술공간 이아의 개막 퍼포먼스 현장

사진에 담긴 제주신화(혹은 제주굿)의 가치는 기호의 제국이라는 사진이 현대인에게 선물로 주는 위안에 있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나아가 ”죽은 이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두 개의 질문은 기사 타이틀에 해당하는 두 개의 질문과 궤를 같이 한다.

굿판과 도시의 날카로운 경계 위에서 늘 대면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공통점은 위안에 대한 기호이다.

그 굿판에 서서 프레임 안으로 끌어내야 하는 이미지는 물론 관객을 통해 만나는 언어의 오해(오독)까지 사진가는 관람객보다 먼저 위안의 꽃밭을 거닐게 된다.

사진가 문지숙의 눈에서 생명성이 오버랩 된다. 위험을 안고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해녀의 일상, 가족을 잃고 병이든 사람들, 자식들의 안녕을 바라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 등은 모두 오버랩 되는 생명성의 경계에 서 있다.

이를 들어주고 신에게 전달하는 심방의 역할이 곧 사진의 게슈탈트(철학적 기호)가 되고 관람자인 도시인들에게 위안이 된다.

존 사코우스키가 말한 <사진, 그 이상의 것>, 서사성과 상상력을 동시에 담아내는 일, 보이는 대로 찍지 못하고 또 기술적인 어려움도 넘어서야 하는 일. 생명성에 질문을 던지는 일들은 시작부터 힘들다.

생각하는 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어려움까지 감안하면 15일까지 제주시 예술 공간 이아에서 열리는 문지숙 작가의 전시 ‘신의 딸_서순실 심방전(展)’이 주목받는 이유가 충분하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런 면에서 제주신화(굿) 사진에는 몇 가지 기호들이 존재한다. 프레임의 기술적 해석, 기호가 전달하는 관객의 몫, 디테일한 사진이 주는 지각코드 게슈탈트까지 다양한 암호가 존재하고 또 그것을 풀어내는 기호들이 존재한다.

제주큰굿보존회장으로 제주 굿의 맥을 잇고 있는 서순실 심방, 김녕마을과 해녀를 다룬 작가의 사진들, 인터뷰 영상, 제주굿판에 걸리는 종이 조형물인 기메 등은 암호이자 동시에 기호인 셈이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결국 위안을 선물 받아 돌아 간다. 그들이 섬 밖의 도시인이든 섬 안의 여행자든 상관없다. 프랑스 아를 전시에서 그랬고 준비되고 있는뉴욕 전시에서도 그럴 것이다. 그곳이 어느 곳이든 제주신화(혹은 심방은)의 범주 안에서 그저 사진가와의 대화만 고요 속에서 침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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