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못믿나" "근거 내놔라" 제2공항 평행선

"국책사업 못믿나" "근거 내놔라" 제2공항 평행선
검토위, 12일 오후 TV생방송 토론회 진행 …양측 패널 2명씩 참석
서로 다른 데이터 근거로 소모적 논쟁…끼어들기 등 토론태도 도마
"제주공항 적정 슬롯 40회·수용력 3200만" vs "35회·2600만"
  • 입력 : 2019. 06.12(수) 22:45
  • 이소진 기자 sj@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관련 다양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의 마지막 토론회가 마무리됐다.

정확한 데이터를 통한 검증과 의혹 해소, 갈등해법 등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반대 측과 찬성 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소모적인 언쟁과 공방으로 마무리되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2일 오후 7시 10분부터 8시30분까지 80여분간 KBS제주 TV공개홀에서 검토위 주최 생방송 TV 토론회가 진행됐다.

한승훈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반대 측 추천패널인 박찬식 박사와 문상빈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공동의장, 국토교통부 측 추천패널인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계획팀장과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요 주제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필요성 ▷제주공항 확장안 검토 적정성 ▷성산후보지 검토 적정성 ▷신도후보지 검토 적정성 ▷갈등 해법 방안 등이다.

반대 측 패널은 기존에 제기됐던 ADPi 용역보고서 은폐 의혹과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 의혹, 신도리 후보지 제외 의혹, 적정 수용력 검토 등의 의견을 지속 제기했다.

국토부 측 패널은 제주국제공항의 포화상태를 설명하고 국책사업에 대한 타당성과 전문성를 강조했다.

반대 측 추천패널인 박찬식 박사(사진 왼쪽부터)와 문상빈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공동의장.



문제는 발전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1차와 2차 토론회와 다르지 않았다.

우선 서로 다른 데이터를 토대로 한 주장이 시청자들의 혼선을 불렀다.

제주국제공항의 적정 슬롯 데이터에 대해 박찬식 박사가 "시간당 40회"라고 말하자, 이제윤 팀장은 "시간당 슬롯을 결정하는 관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35회"라고 반박했다.

또 허희영 교수도 "실제와 이론은 다르다"며 "김포공항은 활주로 용량이 60회지만 실제 41회가 운항되고 있다. 제주공항은 35회가 맥시멈이며 넘어서면 위험하다"고 이 팀장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에 문상빈 공동의장은 "관제 문제를 개선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했다.

ADPi 보고서에 대해 문 공동의장은 "보고서에선 제주공항이 시간당 60회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 연간 4200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며 "최근 5년간 여객탑승객수를 감안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용역의 적정 수와 근접해진다. ADPi 보고서를 사전 타당성 용역에 누락시키고 폐기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은폐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슬롯 60회를 적용하는 안은 실제적으로 이륙은 하더라도 착륙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고 위험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공항은 2015년부터 포화상태"라면서 "지난해 기준 활주로 이용률은 98%, 탑승률은 88%, 여객터미널 이용률은 114%다. 항공사는 돈을 버는데 소비자들의 편의는 엉망이다. 도민들은 제2공항 필요없다는 주장이 과연 도민들의 원하는 주장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제주공항 수용력에 대해 허 교수는 2600만명이라고 주장하고 박 박사는 3200만이라고 말해 혼란을 불렀다.

마지막 주제인 갈등해소방안을 토론할 때는 주제를 벗어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진행자가 본 주제로 돌리기 위해 2차례나 제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허 교수는 "왜 의혹이 부풀려지고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지 의문"이라며 "국책사업을 지연시킨 책임은 누가 질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서 관광은 중요한 사업"이라며 "공항을 만들지 말라는 것은 밥그릇을 스스로 줄이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문 공동의장은 "경제적 활용 가치가 있으니 (국책사업을) 받으라는 것인가"라며 "현재 관광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정규모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또 이 팀장은 "반대측에서 공론조사는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작 제주도청이 준비한 공청회는 반대측의 물리력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할 말은 하고 반영해야 할 것은 반영해야 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 박사는 "제주도에서 엉뚱한 일을 하니 벌어지는 일"이라며 "압도적인 다수의 도민의 제2공항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고 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 강행하면 강정보다 심각해질 것이다. 도민들에게 결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공론조사 권고를 요청했다.

국토교통부 측 추천패널인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계획팀장(사진 왼쪽부터)과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특히 패널들의 토론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대방이 의견을 제기하는 동안 끼어드는 모습에서 매너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공격에 "30년차 교수다"라며 반박하고, "도민 70%가 반대한다"고 하자 "인기투표로 국책사업을 진행하냐"고 힐난하는 등 감정이 앞선 언쟁이 토론의 신뢰도를 떨어트렸다.

허 교수는 "정성적인 평가는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라며 "사타와 예타, 재검토까지 각기 다른 기관이 검토한 결과, 제2공항 부지를 바꿀만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믿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문 공동의장은 "국가가 했으니 믿어라는 안된다"며 "지금까지 설득력 있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소한 납득할 근거를 줘라"고 반박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31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