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제주 관덕정 입춘굿 1914년 6월 촬영"

"일제강점기 제주 관덕정 입춘굿 1914년 6월 촬영"
재일제주인 고성일 컬렉션 중심 '근대제주 사진엽서 자료 연구'
출처 불분명 입춘굿 사진 "日 인류학자 위해 입춘 아닌 방문 때 시연"
  • 입력 : 2019. 01.22(화) 17:59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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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배경, 시기 등이 설명되지 않은 채 '제주 100년' 사진집에 실린 관덕정 입춘굿. 최근 나온 '근대제주 사진엽서 자료 연구' 보고서는 이 사진이 1914년 6월 초 전후 제주 현지조사에 나섰던 일본인 도리이 류조 일행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봤다.

1999년 탐라국입춘굿놀이 복원의 중요한 단서가 된 한 장의 사진이 2월 입춘일이 아닌 6월 쯤에 시연된 행사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영자 제주기록문화연구소장과 김은희 제주국제대 교수가 제주학연구센터 지원으로 진행한 '근대제주 사진엽서 자료 연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번 연구는 재일제주인 고성일씨가 소장한 사진엽서 컬렉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고성일 컬렉션 중에서 제주도 사진엽서로 분류되는 73점을 가려내 촬영지가 제주인 게 분명한 65점에 대한 서지 정보를 정리해놓았고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근대 사진엽서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제주도를 포함 한반도 전국 각지에서 발행된 사진엽서는 ▷제국주의 선전도구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 자료 ▷관광·문화상품 ▷개개인의 미적취향 ▷통신매체 목적으로 제작됐다. 이 시기 제주도 사진엽서에 등장하는 자료들은 일본인 시찰·조사단이 남긴 기록 사진들이 적지 않다.

제주도내 사진엽서 발행원도 확인했다. 제주시 칠성통 제주 반지점(伴支店) 발행 사진엽서는 당시 제주도 사진엽서를 대표했고 다구치(田口)상점, 서귀포 사이고(西鄕)상점, 제주목관아에 있던 제주도청 상호가 인쇄된 사진 엽서도 도내외에 판매·유통됐다.

고성일 컬렉션에는 일본인으로 인류학 현지 조사를 해외에서 실행한 1세대 인류학자인 도리이 류조(鳥居龍藏) 일행이 촬영한 사진 엽서 2점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제주도 기생들의 춤'으로 제주도가 펴낸 '제주 100년'(1996) 사진집에 실린 입춘굿과 같은 날 관덕정 앞에서 촬영한 사진임을 알 수 있다. '제주 100년' 사진집에는 입춘굿 사진의 촬영 배경, 시기 등이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도리이 류조는 한반도 제4차 조사기인 1914년 5월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를 찾았는데 해당 사진은 이 때 찍었을 것으로 봤다. 5월 17일 제주에 도착해 20일간 머문 것으로 확인되는 도리이 류조는 제주도 필드 노트에서 "남녀가 가면을 쓰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제의를 행하는 풍습 또한 매우 흥미롭다. 이 제의는 나를 위해 개최하여 보여주기도 했다. 제주도 신의 내력을 담은 신화 등 이 모든 것에 옛 탐라왕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듯 했다"고 적었다.

이에 연구진은 조선총독부 지휘 아래 식민지 현지 조사가 시행됐고 검은 복장을 한 군경들이 군중들 사이에 보이는 점 등을 들며 "도리이 류조의 제주도 조사 때 연구와 촬영을 위해 일부러 개최한 행사로 입춘과 관계없는 1914년 6월 초 전후 제주도 남녀 가무단이 관덕정 마당에 동원되어 시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영자 소장은 이번 연구와 관련 "국내외적으로 일제강점기 사진 엽서에 주목해 다각적인 분석과 활용 방법이 모색되고 있는 만큼 제주 사회도 '근대 제주' 이미지를 담은 이들 자료의 문화자원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며 "고성일 컬렉션에는 없지만 반지점에서 또 다른 제주도 풍속을 담은 20매 1조 사진 엽서가 발행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서 앞으로 조사·발굴 대상 1호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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