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압록강·두만강을 가다] (4)북파와 백두산의 화산지질

[백두산·압록강·두만강을 가다] (4)북파와 백두산의 화산지질
한라-백두 화산지질 유사점 많아 교차 연구 필요
  • 입력 : 2018. 10.02(화) 20:00
  • 이윤형 선임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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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에서 바라본 천지의 모습. 고봉에 둘러싸인 채 장관을 이룬다.

백두산 소천지… 한라산엔 소백록담
화구호·습지 산재해 서로 닮은꼴


백두산과 한라산은 화산지질 측면에서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천지가 소천지를 휘하에 두고 있듯이 백록담 자락에 소백록담을 두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각각 그 자락에 10여개의 크고작은 자연호수를 품고 있어 신비감을 더해준다.

한라산 자락에 소백록담과 사라오름, 숨은물뱅듸, 물장올과 같은 화구호와 습지가 산재해 있다면 백두산에는 화산체 아래 넓은 용암대지 위에 삼지연(북한), 소천지, 왕지, 원지 등 자연호수들이 존재한다. 이곳은 생태공간이자 생물종 피난처이며 갖가지 전설과 신화가 깃들어 있다.

서백두가 열리기 전만 해도 백두산 등산은 북파(북백두)가 대명사였다. 주차장 입구에서 셔틀버스와 10인승 차량을 갈아타면서 험준한 굽이길을 거슬러 올라 북파 정상부 정류장까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정상부에는 관광객들로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10분 단위로 해서 수십 명씩 올려보내기도 한다.

백두산은 연간 방문객이 250만 명 정도에 이른다. 북파로 170만 명, 서파로 60만 명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도 매년 15~20% 정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한라일보 탐사팀이 처음 백두산 대탐사에 나섰던 2000년에는 연간 방문객이 100만 명 수준이었다. 탐사단과 천지 동행에 나선 장백산자연박물관 박용국 전 관장은 "이젠 사람이 많아 풍경이 안보일 정도"라고 한다.

장백폭포 주변에서 볼수 있는 깎아지른 협곡, 빙하에 의해 형성된 지형이다.

천지 날씨는 1년 중 맑은 날이 50여일에 불과할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가이드는 우스갯소리로 백두산을 백번 올라 두 번 정도 천지를 볼 수 있어 '백두산'이란다. 기후가 불규칙하고 안개와 바람이 심하며 폭풍우도 잦다. 그만큼 여행객이 맑은 날 아름다운 천지의 풍경을 보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탐사단은 지난 8월27, 28일 서백두와 북백두를 올라 쾌청한 천지의 풍광을 볼 수 있었다.

백두산 일대에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즐비하다. 천지 아래 장백폭포를 위시해 금강폭포, 제하폭포, 악화폭포, 동천폭포 등이 특히 유명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장백폭포는 천지 북쪽 천문봉과 용문봉 사이의 '달문'에서 흐르다가 벼랑을 만나 비경을 만들어냈다. 장백폭포 물은 68m의 수직 절벽을 따라 떨어진다. 거대한 폭음이 몇 리 밖에까지 울리며 겨울에도 얼지 않고 계속 흐른다. 계곡의 양편은 수직에 가까운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주상절리와 빙하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장백폭포 부근의 온천지대는 백두산이 살아있는 화산임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뜨거운 지열이 지하수를 데워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고산지대의 온천수로 유황 성분이 들어 있어 관절염이나 피부병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졌다. 뜨거운 온천수를 이용해 삶은 달걀이나 옥수수 등을 사먹을 수도 있다.

장백폭포에서 북한 남녀 7~8명의 단체 여행객을 만났다. 먼저 기자가 "안녕하세요, 남쪽에서 왔습니다" 하자 "안녕하세요" 하며 화답한다. 차림새로 보아 일반 주민은 아닌 듯 했다. 탐사단에서는 북한이 백두산 관광개발을 하기 위해 중국쪽 관리, 운영실태나 시설 등을 살펴보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남북관계가 다방면에서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를 보여주듯이 북한 주민들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소천지는 장백폭포 하류 3㎞ 지점에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원형의 소천지는 작은 화산호로 마치 수심속 거울같이 아름답다. 중국쪽에서는 소천지를 장백호로도 부른다. 소천지에서 서쪽 방향으로 들어오는 물줄기를 따라 100여m 가면 또 다른 화산호인 작은 호수가 나타나는데 바로 적지다. 호수 밑바닥 색깔이 적황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순석 박사(제주지질연구소장)는 "백두산과 제주도 화산활동은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일어났으며, 제주에서 볼 수 있는 광범위한 현무암대지가 분포하는 등 비교 조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교차연구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전문가 리포트] 같은 시기 활동… 제주도처럼 현무암 대지 형성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백두산에도 제주에서 볼 수 있는 현무암이 있다. 정상부의 천지는 조면암과 부석으로 되어 있으나 백두산 화산체 바닥에는 현무암 용암대지가 깔려 있다. 백두산의 화산활동은 신생대 제3기와 제4기의 경계인 약 200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 제주도 화산활동과 같은 시기이다. 이때 백두산에서는 넓은 현무암질 용암대지를 만드는 분출이었다. 군함산 현무암이라고 부른다.

이 현무암 용암대지는 백두산 북부의 내두산과 이도백하, 서부의 압록강, 남부의 보천 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다. 당시 광활한 용암대지는 해발 600∼1100m에 분포하며 남쪽으로 북한의 개마고원까지 덮고 있다. 백두산 용암대지는 남북 240㎞, 동서 190㎞에 이르는 규모이다. 제주도의 몇 배나 되는 엄청난 면적이다. 해발 1100∼1800m를 용암고원이라고 부른다.

이 고원은 현무암 용암대지가 융기되어 형성된 지형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약 50만 년 전에 백두산에서는 조면암질 마그마가 분출하여 층상의 순상화산체를 형성한다. 현무암에서 조면암으로 마그마 성분이 바뀐 것이다.

제주에서도 이 때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제주도의 모습을 만들기 시작했다. 백두산에서는 1만 년 전까지 조면암질 용암과 화성쇄설암을 번갈아 분출하며 순상화산체 위에 직경 20∼30㎞의 원추형 백두산 성층화산체를 만들었다. 그 후 5000년 전, 2000년 전과 1000년 전에 부석을 분출하며 천지가 생성되었고, 최근까지도 분화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화산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가,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에 의해 구분한다. 활동하고 있는 화산을 활화산(active volcano)이라고 하고, 활동하고 있지 않은 화산을 사화산(nonactive volcano)이라고 부른다. 백두산은 활화산이다. 지하에 마그마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장백폭포 U자형 협곡의 온천지대, 뜨거운 지열을 내뿜고 있다.

장백폭포 아래로 이어진 하천에서는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나온다. 백두산 온천은 장백폭포와 소천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70~80℃에 이르는 뜨거운 온천은 백두산 지하에 마그마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반면 제주도는 활화산이 아니다. 현재 백록담이나 오름에서 화산활동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하에 마그마가 활동한다는 증거도 없다. 당연히 온천도 없다. 제주 곳곳에서 지하를 깊게 뚫어 온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개발한 사례들이 있다. 이들 모두 마그마에 의한 화산성 온천이 아니다. 한마디로 제주에서 온천은 불가능하다. 대신 깨끗하고 시원한 화산암반수인 삼다수가 지하에 존재한다.

제주도와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현무암질 화산지대는 특징적으로 화산활동이 끝나면 지하가 급격히 식어버린다. 미국식 화산 분류에 의하면 제주는 사화산에 속한다. 휴화산이란 용어는 화산의 나라인 일본에서 만들어낸 분류 방식이다. 역사시대에 화산활동 기록이 있거나 천년 이내에 분출 기록이 있으면 따로 휴화산으로 분류한다. 화산이 많은 나라이므로 역사 기록에 남아 있는 화산은 다시 분화할 가능성이 많다고 하는 의미다. 말 그대로 화산활동을 쉬고 있을 뿐, 다시 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휴화산이라는 것은 활화산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 예전 제주도를 휴화산이라고 했던 이유는 이것이며 다른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제주도와 한라산이 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없다.

금강대협곡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회백색 부석층이 유수에 의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부석림을 형성하였다. 백두산 주변에는 협곡, 부석림, 지하삼림 등 경관이 빼어난 지질경관자원들이 많다. 금강대협곡은 금강 상류의 하상 협곡으로 화산활동에 수반된 융기와 지층이 벌어지는 단열 협곡이다. 협곡의 부석층은 강물의 침식 작용으로 깊게 패였으며 차별 침식에 의해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부석층은 지표에서 강물까지 깊이가 150m이며 협곡의 길이는 60㎞에 달한다.

천지 화구 주변에는 빙하의 마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빙하 지형이 잘 발달되어 있다. 화구 주변의 와지를 권곡 또는 카르(Kar)라고 한다. 천지 북측 달문을 통하여 흐르는 물은 협곡을 따라 승사하를 거쳐 장백폭포로 떨어진다. U자형으로 길게 이어진 협곡을 조곡이라 부른다. 빙하에 의한 마식작용의 산물이다. 장백폭포 주변에서 보이는 웅장한 협곡도 빙하가 만들어 놓은 지형이다. 빙하가 깎아놓은 협곡의 단면에는 조면암의 주상절리군도 관찰된다. 마지막 빙하기인 2만 년 전에서부터 1만 년 전 까지를 이곳에서는 특별히 '백두산 빙하기'라고 구별하여 부른다.

한편 제주 한라산에서도 빙하성 지형을 찾아볼 수 있다. 백록담을 비롯하여 정상부는 빙하에 의해 만년설로 덮여 있었을 것이다. 백록담 서북벽 아래로 길게 이어진 장구목, 탐라계곡의 용진각 주변과 왕관능은 빙하성 지형이다. 한라산 정상부를 전에는 부악(釜岳)이라고 따로 불렀다. 백록담 분화구의 모습은 마치 가마솥을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

최근 세계유산본부 안웅산 박사팀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백록담 분출시기를 연구하면서 화산암 아래에 퇴적되어 있는 고토양의 연대를 측정함으로써 이후에 분출된 화산활동의 시기를 간접적으로 알아내는 방법이다.

분석 결과 백록담 서벽 조면암은 대략 3만 년 전, 백록담 동능 현무암은 약 2만 년 전에 분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질학적 시간 개념으로 볼 때 백록담이 3만 년과 2만 년에 각각 조면암과 현무암을 같은 분화구에서 분출했다는 것은 하나의 연속적인 분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백록담 형성 직후에 정상부는 빙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백록담 분화구의 형성과 함께 한라산 주변에서는 많은 오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분화했으며, 화산활동은 천 년 전까지 계속되었다. 제주에 인류가 살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후기 구석기에서부터 신석기시대를 거쳐 탐라시대까지 제주는 한라산 백록담과 수많은 오름들이 쉼없이 폭발하는 활화산지대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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