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게스트하우스 '범죄의 온상' 될라

제주 게스트하우스 '범죄의 온상' 될라
최근 女투숙객 대상 강력범죄 잇따라 발생
음주파티 등 변질된 문화가 원인으로 지적
즉석만남 목적으로 20~30대 도민들도 투숙
강력한 단속·대책보다는 의식 개선이 절실
  • 입력 : 2018. 03.19(월) 18:51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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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내 게스트하우스에서 잇따라 강력 범죄가 발생(본보 19일자 4면)하고 있다. 20대 여성 관광객이 게스트하우스 관리자에 의해 살해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나는가 하면, 지난 11일에는 현직 소방관이 여성 투숙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파문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들의 이면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숙박 목적이 아닌 젊은 남녀가 모여 과도한 음주문화를 조장하는 분위기와 이를 이용한 업주들의 영업 상술 등이 깔려져 있다. 앞서 발생한 두 사건들은 모두 게스트하우스 '음주파티'에서 비롯됐다.

 결과적으로 제주에서 여성 관광객을 노린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제주의 이미지도 추락하고 있다. 이에 관계당국의 효율적인 대책마련은 물론 게스트하우스 업주 및 투숙객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변질된 문화="파티는 A게스트하우스로 가즈아", "매일 다른 인연과 만들어가는 B게스트하우스 파티".

 이 문구들은 제주도내 게스트하우스가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해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 문구다. 이 게시물에는 젊은 남녀 10여명이 모여 술을 마시는 사진도 버젓이 게재돼 있었다. SNS 상에서도 매일 수 십여장의 음주파티 사진이 업데이트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내 한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흉흉한 사건이 계속 발생해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음주파티를 원하는 손님이 많은 상황이라 이를 포기할 수 없는 업계에서는 기존 숙박업 외에 '요식업'을 따로 등록해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자주 이용하는 김모(35·제주)씨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이용하려는 여행객도 많지만 상당수는 이성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찾는다"며 "이런 사람들의 선택 기준은 음주파티의 유무"라고 말했다.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제주도와 제주경찰청 관계자들과 함께 2일 게스트하우스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라일보DB

▶대책보다 의식 개선이 절실=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이후 제주도와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2일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나홀로 여행도 안전한 제주'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양기관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어나는 범죄 대부분이 음주파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및 점검을 예고했다.

 이번 대책으로 양 기관은 제주도내 게스트하우스 대상 ▷CCTV 설치 권장·지원 ▷음주파티 등 공중위생관련 불법 영업행위 단속 ▷성범죄자 취업 여부 점검 ▷안전 인증제 도입 등을 실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 대한 효과는 미지수다. 당장 CCTV 관련은 설치비용의 50%를 지원한다고 명시했지만 아직까지도 실적은 0건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오는 7월까지 전수조사를 거친 이후에야 설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관련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당초 설치비의 50%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이행하기에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게스트하우스 안전 인증제 도입은 근거가 없어 '규정'이 아닌 '지침' 수준으로 진행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불법 영업행위 단속도 대책 발표 초기 이후에는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게스트하우스가 요식업까지 등록하면 음주파티를 단속할 근거가 없다"며 "이번 대책은 경찰과 행정의 지속적인 방범 진단과 안전 인증 등을 통해 게스트하우스의 자발적인 의식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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