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갓일 김인·망건장 이수여 보유자 생애 촘촘히

제주 갓일 김인·망건장 이수여 보유자 생애 촘촘히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 20권에 포함
출생·결혼부터 전승과정까지… 근현대사 관통해온 삶도
  • 입력 : 2018. 02.20(화) 19:1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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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갓일 총모자 김인 보유자와 망건장 이수여 보유자.

"모자골 같은 거 다 엿장수들이 걷어 사 갔어. 그래서 총도 없고, 도구도 없고, 바능땡이도 없어. 근데 나는 도구를 놔 뒀거든. 팔 생각이 없어서, 가만히 두었거든. 옛날 할머님 했던 거니까."

국가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 김인(1920~2015) 보유자는 생전에 그런 말을 했다. 마을의 소문난 살림꾼이던 김인 보유자는 총모자를 잘 만들던 사람으로 통했다. 갓이 꾸준히 팔리던 20세기 중반까지 그가 만든 총모자는 마을 장터는 물론 육지에서도 선호하던 물건이었다.

1980년과 1981년, 1984년 전승공예대전에서 잇따라 입선한 그는 1985년 1대 오송죽 보유자에 이어 갓일 보유자(총모자 )로 인정된다. 고인은 서울 등 전국적인 규모의 전통 공예 행사에서 제주도의 전통 공예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90세가 된 2009년에는 딸인 강순자씨가 기능을 물려 받아 대를 잇고 있다.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명예보유자로 활동하며 도두리 마을에서 자그만 밭일로 소박한 여생을 보냈다.

이같은 그의 생애가 '가장 고운 쉰 줄짜리 모자'란 이름으로 한 권의 책에 담겼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20명의 구술을 담아 20권짜리로 발간한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무형문화재 구술 채록 사업'을 진행해 보유자들의 삶과 전승과정에 대해 생생하게 구술한 자료와 채록한 원천자료 49편을 확보했다. 이 중에서 20명의 이야기를 먼저 선보였다.

스무권 중에는 제주에서 전승되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인 제66호 망건장 이수여(1923년생) 보유자의 자서전 '천천히 구멍구멍 엮엉 와수다'도 있다. 어릴 적 집집마다 탕건을 했던 봉개마을에서 열두살에 탕건일을 배우고 스무살에 망건일을 시작한 그는 1980년 전승공예대전 입선 경력이 있다. 1987년 망건장 보유자로 인정됐다. 2009년에는 망건장 명예보유자가 되었고 어머니를 보며 자연스럽게 망건일을 익힌 딸 강전향씨가 보유자로 인정받는다. 두 전승자에 대한 조사는 한금순씨가 맡았다.

이번 자서전은 보유자들의 전승 과정은 물론 출생과 결혼 등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특히 구술에 참여한 보유자 대부분이 1900년대 초반에 태어난 고령자들로 그들이 살아온 시기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이 일어났던 격동의 시기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한다. 이들이 풀어내는 사연은 대한민국의 생생한 역사이자 기록이나 다름없다. 제주4·3 당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는 김인 보유자는 그 때 죽은 작은 시아주버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잘잘' 난다고 털어놓는다. 이수여 보유자는 4·3으로 스물다섯이던 남편을 잃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이번에 책으로 담지 못한 전승자 29명 중 15명의 이야기는 올해 추가로 발간한다. 내년에는 나머지 14명의 자료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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