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선의 문화광장] 제주말 문자 "맹질은 팬안히 보내집디가?"

[변명선의 문화광장] 제주말 문자 "맹질은 팬안히 보내집디가?"
  • 입력 : 2018. 02.20(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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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말은 노년의 언어가 될 것이 분명한 듯 보인다. 노인 세대들을 위한 배려와 소통, 그 정도의 쓰임새다. 이제 젊은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언어가 된지 오래다. 제주말은 외국어처럼 낯선 언어, 타인에 배려로 애써 표준어로 써왔던 제주사람들만의 고충도 있었음을 알고 있다.

과거 우리는 제주말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에선 제주말을 쓰면 벌을 서고 매를 맞았다. 제주말이 욕도 아닌데 꾸중을 들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웃지만, 그것은 상처 같은 기억이다. 표준어만을 사용하는 학교, 칠판에 규율을 어기는 낙인찍힌 보잘 것 없는 언어였다. 70년대 이후 급격하게 표준어를 사용하라는 정책은 결정적으로 제주어를 없애는데 큰 몫을 했다.

그 당시 타지 대학을 진학한 이들은 신기하게도 제주사람이 아닌 것처럼 표준어를 구사했다. 대부분 완벽하게 제주어를 버리고 표준어를 사용하는데 성공한다. 차차 우리 모두 표준어를 썼고 자녀들에게는 완벽한 표준어로 키워내기까지 했다. 국어 표준어와 영어정도만 잘하면 살아남는 교육에 우리는 열의를 다했고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세상은 문화에 대한 다양성을 중시 여기는 시대로 재편된다. 세계화에 반하여 작은 문화의 다양성 그 지혜를 중요성을 인지하고 언어마다의 감수성을 갈망하는 시대로 향한다. 우리가 정신성을 되돌아 볼 때는 이미 나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완벽하게 제주말을 쓰지 않는 세대가 되었다.

가방대신 '구덕'을 사용하고 '차롱'을 사용하던 제주사람은 이제 그 물건을 쓰지 않는다. 그 단어를 사용할 환경이 사라지면 언어도 그와 운명을 같이한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양육강식의 언어세계 수많은 세계의 지역어가 사라져갔다. 우리도 그런 시간 안에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넋을 놓고 있기엔 우리는 너무도 억울하다. 이대로 사라지는 언어로 손을 흔들며 보내야 하는가.

이제 젊은 세대는 매우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표준어라는 차원의 음역을 넘어섰다. 입으로만 말하고 소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도구들이 생겨나고, 만들고 사라진다. 암호화되는 네트워크 사회에 에티켓처럼 암호로 그들만의 소통을 하고 있다. 쓸모없는 자료의 데이터는 털어내고 새로 업데이트하면서 빠르게 그리고 더욱 간결하게 변화한다. 어쩌면 쓸모없는 데이터에 속해 있는 제주어는 시대의 뒤떨어진 소통의 도구라고 판단하여 여지없이 버려졌으리라. 빠르게 갈아치워야 살아남는 시대, 사라질 언어의 의미만을 잡고 있는 모습은 어찌 보면 답답해 보일만도 하다.

상황은 이 지경이다. 소멸하는 언어로 주목받은 이 제주어의 현실 벗어날 수 있을까. 사라져 갔던 하와이 언어를 복원하는데 성공하였던 이유를 생각해 보자. 하와이는 83년 '아하 푸나 레오'라는 기구를 만들어 체계적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처럼 제주도정이 제주말 관련 기구를 만들지 못한다면 제주말 앱이라도 만들기를 기대한다.

가벼운 일상의 제주말 정도도 물어볼 곳이 없다. 뭐든지 답해준다는 인터넷도 대답이 없다. 일반인들에게 공유하여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세련된 방법을 제주의 젊은이들이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아래아 기능 없는 핸드폰은 제주어 사용이 어렵지만, 올 한해만은 간단한 문자 정도는 살가운 제주말로 했으면 한다. 해시태그를 이용한 #제주어인사 이런 표현도 좋다. 제주어의 감성으로 표현되는 오가는 말속에 그렇게 우리가 찾아헤매는 제주다움이 꼬깃꼬깃 숨겨있는 것은 아닐까. <변명선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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