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서서히 시들어가는 팽나무를 바라보면서

[열린마당] 서서히 시들어가는 팽나무를 바라보면서
  • 입력 : 2018. 02.20(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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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 어느 조그만 하고 아늑한 마을에 정겨운 학교가 있다. 여기 홀로이 외롭게 마을과 학교를 지켜온 '폭나무' 한 그루가 서서 이어가고 있다. 좀 더 표현을 가미한다면 팽나무라 하여야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제주 방언에는 팽나무란 표현보다 폭나무로 통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래서 필자는 속칭 폭나무로 표현하고 싶다. 조금은 토속적이고 제주인들에게 친숙감이 절로 생기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천년송 만년폭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우리 마을을 지켜왔고 초등학교의 아동을 보듬어 줄 폭나무가 현재의 상태로는 만년이 아니라 반 백년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아 이름없는 어느 시골의 촌로로서 심히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인간은 자연속에 살면서 자연을 만끽하고 고마움과 수고스러움을 모르고 살아가는가 싶다. 여름이면 무성한 가지와 잎으로 뭇사람들의 쉼터로 정을 담아 주고 긴 팔을 뻗어 감싸주곤 하지 않았던가? 2016년 가을 차바 태풍에 이 폭나무는 반쪽으로 찢어진 채로 지금껏 방치 상태로 놓여 죽어가고 있다. 쉼터를 찾는 방랑객도 학교의 선생님도 학생도 선후배도 어느 누구의 보살핌없이 고목은 말없이 그저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맹심허영 댕기쿠다'하는 푯말을 붙여 놓은 것을 만날 수 있다. 참으로 좋은 표현이고 아름다운 말이다. 그러나 저 위에서 썩어진 나무조각이 주먹만큼씩 떨어진다고 가정해 보자. 이 나무 밑에는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장소가 아닌가? 행여 어떤 참변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를 일 아닌가? 과연 저 푯말이 저 장소에 맞는 표현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책임감없는 소치라고 생각한다. 시름시름 썩고 병들어 죽어가는 폭나무를 보면서 마을을 지키고 학교의 장래를 걱정하는 촌로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몇 자 적어본다.

엄동설한 찬바람에 더욱 찢겨지며 신음하는 정자 나무를 보는 촌로의 시린 가슴을 어이할꼬? <홍경만 제주시 조천읍 대흘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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