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반대에도 제주 자전거 우선도로 강행

경찰 반대에도 제주 자전거 우선도로 강행
[한라포커스] 주먹구구식 자전거 활성화 계획
1일 차량 이용대수 2천대 미만인 곳 지정 가능
차량 통행량 분석 없이 무턱대고 도입계획 공고
경찰 "오히려 자전거 안전에 위협" 반대 의견
  • 입력 : 2018. 02.19(월) 17:56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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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1월 환상 자전거길 개통식에 참석한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과 원희룡 지사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코스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가 지난 7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을 공고했다. 이 계획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지자체가 5년 마다 수립해 시행해야 하는 법정 계획이다. 만들어만 놓고 서랍 속에 방치돼 있는 흔한 계획들과는 법적 구속력이나 위상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하겠다며 만든 제주도의 법정 계획이 시작부터 논란을 낳고 있다. 계획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수립 과정에서 법적 검토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환상자전거길 지도. 제주특별자치도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 갈무리

▶환상 깨진 환상 자전거길=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2015년 11월 개통한 '환상 자전거길'에 대한 것이다. 234㎞에 달하는 이 자전거 길은 해안도로와 일주도로를 따라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코스로 꾸려졌다.

개통식 날에는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과 원희룡 지사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코스를 돌아볼 정도로 환상 자전거길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환상 자전거길은 개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일부 구간에 다다르면 자전거 길이 끊겨 이용객들이 길을 헤매기 일쑤였고 도로에 쌓인 농산물과 불법 주정차, 도로 폭 미확보로 인해 사고 위험이 도사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선 환상 자전거 길이 아니라 '환장' 자전거 길이라는 푸념까지 나왔다.

제주도도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활성화 계획을 통해 대대적인 보완책을 제시했다. 환상 자전거 길을 자전거 우선도로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우선도로는 자전거 도로의 네 가지 유형 가운데 하나다. 전용도로는 자전거만 다닐 수 있고, 겸용도로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같이 통행하는 도로다. 자전거 전용 차로는 도로 갓길에 조성해 차로와 구분한 것을 말하며 우선도로는 자전거와 차가 함께 쓰는 도로를 뜻한다.

자전거 우선도로.제주특별자치도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 갈무리

▶경찰 "오히려 안전 위협·통행 지체"=자전거 우선도로는 지자체가 조성하고 싶다고해서 무턱대고 만들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령에는 원칙적으로 하루 차량 통행량이 2000대 미만인 도로를 자전거 우선도로로 지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때문에 자전거 우선도로를 만들려면 먼저 차량 통행량부터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우선도로 지정방안을 법정 계획에 반영했다.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제주도는 나중에 차량 통행량을 분석하려 했다지만, 환상 자전거길 우선도로가 법정 기준을 충족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도 해안도로는 주말만 되면 아름다운 해변 풍광을 감상하려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안전성도 논란거리다. 경찰은 지난해 11월29일 제주도에 보낸 의견서에서 자전거 우선도로로 지정하려는 해안도로 등은 차량이 양방향으로 오가 오히려 자전거 이용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자전거 우선도로에 대해 모르는 차량 운전자들이 많고, 자전거와 자동차가 도로를 함께 써야하는 우선도로의 특성상 차량 흐름이 지금보다 지체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자전거 우선도로를 먼저 시행 중인 서울시에선 차량 속도를 시속 30㎞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데, 현재 제주 해안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로 규정돼있다.

 현행법에도 허점이 있다. 도로교통법,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자전거 우선도로에선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통행에서 우선권을 갖는다는 식의 조항이 없다. 말만 자전거 우선이지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

 제주도의 해명도 모호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환상자전거 길 일부구간에 한해 먼저 자전거 우선도로를 시범 운영한 뒤 그 결과를 보고 환상 자전거 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은 맞다"면서도 "법정 계획이라도 만약 우선도로 지정 요건에 충족하지 않거나, 오히려 안전에 위협이 된다면 도입 계획을 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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