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의 목요담론] 제주에 문화콘텐츠는 있는 것일까?

[오수정의 목요담론] 제주에 문화콘텐츠는 있는 것일까?
  • 입력 : 2017. 12.14(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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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코트라에서 주최한 '2017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에 다녀왔다. 2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소화된 이 행사는 약 150여팀의 개인 예술인들과 예술단체, 300여개의 국내기업과 18개국의 유수 바이어 170개 사가 참가하여 수출 상담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예술과 기업이 함께 하는 소비재 수출 상담회'라는 주제에 걸맞게 예술인과 기업이 협업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기에 디자이너들의 일자리 창출, 기업에게는 높은 수준의 디자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서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넓은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러스트, 회화, 공예 등의 분야에서 활동 중인 180여명의 참가 예술인들이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 상담을 직접 주도하면서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작품을 이용한 문화콘텐츠, 나아가 예술관광의 미래 가능성을 보았다. 또한 예술인 본인들의 작품들을 티셔츠라든가 휴대전화케이스, 노트, 우산, 생활그릇 등 다양한 일상용품에 입혀진 모습은 예술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어렵게 접근하고자 했던 내 자신이 당연한 생활 예술을 체험하는 듯했다.

예술인들과 기업이 내놓은 콜라보 상품들은 예술작품 때문에 나타난 프리미엄 이미지라든가 예술인에게는 작품을 콘텐츠로 부활, 수출 등으로 연계시키고 있는 현장을 보니, 이미 한 달 전에 제주에서도 이런류의 행사를 개최했었기에 뭔가 부족했던 우리 제주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 우린 제주문화콘텐츠를 이용한 상품전시, 제주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으로 흥을 돋구지만 결국 어린이들이 체험 삼아 다녀가는 수준의 행사로 일단락될 뿐이다. 이것은 트렌드 결정자가 일정 분야에 장점을 가진 업체와 함께 협업에 대한 기획의 부재로 산업화로 가기 위한 준비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제주월드컵경기장 규모의 행사장을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둘러봐도 제주의 이미지, 제주지역 예술인 누구 하나, 제주기업 어느 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

제주는 헌정사상 문화예술에 대한 가장 많은 관심과 지원이란 인프라 속에 많은 지역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심지어 문화콘텐츠를 이용한 기업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누구 하나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원기관이 없다는 명분인지, 행정의 관심 부족인지 아쉬움이 들었다.

제주도정은 근 10여년 동안 제주 10대 문화상징, 제주문화원형기록화사업, 제주문화콘텐츠 발굴, 제주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제주문화원형 콘텐츠 페스티벌 등 제목만 달리한 채 수십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며 콘텐츠 발굴을 진행해왔다. 또한 문화콘텐츠의 산업화 지원을 위해 2018년에는 기존 영상과 IT분야 3개 기관을 합쳐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재탄생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제주원형에 대한 콘텐츠 발굴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딱히 이렇다 할 지역의 특화된 킬러콘텐츠 하나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지금까지 발견된 문화콘텐츠들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아카이빙 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아무리 문화사업의 지원을 위해 콘텐츠진흥원으로 단장되지만, 내실은 지금까지 이어온 연속사업만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달 제주도정은 2018년 전체예산대비 3.2% 반영된 1620억원을 문화예산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내용을 살펴보면 새로운 문화예술지원 사업이 등장했다기보다는 기존 사업들이 거대화되는 현상으로 실제 문화산업에 어느 정도 낙수효과가 올지는 의심스럽다. <오수정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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