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무용단 상설공연 누굴 위한 건가

제주도립무용단 상설공연 누굴 위한 건가
지난 21일 '자청비' 첫선
  • 입력 : 2017. 10.23(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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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문화진흥원이 상설공연으로 선보인 '자청비'. 사진=제주도문화진흥원 제공

정기공연보다 예산 갑절
화려한 볼거리 많았지만
제주산 알릴 장치는 취약
상설이라며 일정도 각각


왜 하필 지금 상설공연인가. 제주도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제주도립무용단이 만든 '자청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자청비는 제주 무속신화인 '세경본풀이'의 주인공이다. 자신이 사랑한 남자를 찾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늘나라의 시련과 시험을 통과해 당당히 농업신이 되어 내려오는 자청비 이야기는 여성영웅의 면모를 지닌다.

도립무용단이 지난 21일 저녁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자청비'는 화려했다. 홀로그램을 이용해 상상속 세계를 무대 위로 불러내며 입체적 장면을 그려냈다. 영화나 드라마 주제가 같은 애잔한 음성의 노래는 사랑에 아파하는 극 중 감정을 끌어올렸다. 천상과 지상을 오가는 남녀 무용수들의 군무는 희극적으로, 때로는 비장한 느낌으로 볼거리를 줬다.

하지만 70분간 내달린 이 작품을 상설공연으로 키우려면 과제가 적지 않다. 제주 대표 야간 문화관광상품으로 기획했다면 자청비가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이 공연이 '제주산'이라는 점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갖가지 기예가 넘쳐나는 도내 관광지 상설공연이 난립하는 와중에 도립무용단이 뛰어들었다면 제주섬 문화를 오롯이 드러내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허벅을 머리에 이는 동작이나 나무에 기메를 매달고 추는 춤이 거슬린 이유다. 색색의 옷으로 다국적 분위기를 낸 천상의 장면만큼 섬 사람들이 살았던 지상의 세계에도 공을 들여야 했다. 공연 말미 감물빛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군무와 어울린 민요 '서우젯소리'가 그나마 위안이 됐다.

도문화진흥원은 이 공연에 3억원을 투입했다. 정기공연 예산의 두 배다. 최근 몇달 동안 이 작품에 매달리느라 12월 예정된 정기공연은 지금껏 주제도 정하지 못했다.

정기공연 레퍼토리를 다듬어 상설무대로 꾸미는 일이 효율적일 텐데 앞뒤가 바뀐 모양새다. 관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상설공연이지만 올해 잡힌 네 차례 일정은 들쭉날쭉하다. '야간 상품'으로 제작했다면서 22일엔 오후 3시에 올렸고 나머지 공연은 11월 17일과 12월 7일 저녁 열린다. 단원들이 교대로 출연하는 게 아니라 이번처럼 총동원된 작품을 상설로 올리는게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관광객 유치 홍보가 제대로 안된 채 서둘러 공연한 점도 아쉽다. 첫 날 공연장에서 만난 도문화진흥원 직원에게 관광객이 얼마나 왔는지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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