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7)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

[한국 해녀를 말하다](7)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
상심의 바다… 해녀는 사라지고 불가사리만 한가득
  • 입력 : 2017. 08.17(목)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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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불가사리를 방파제에 늘어놓고 있는 해녀들.

병포리 어촌계 다른마을 해녀 동원해 해산물 채취
바다사막화 심각, 사료찌꺼기·배설물 오염원 지목
해녀지원 조례 불구 젊은층 기피로 해녀 끊길 위기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라고 해서 구룡포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제철이면 전국에서 대게와 과메기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구룡포에서도 '숨비소리'를 내며 물질하는 해녀들을 만나 볼 수 있지만 이러한 풍경은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이곳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을 것이다.

해녀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육체적으로 고되고 위험한 물질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병포리 방파제 인근 마을어장 전경

이달 기준 포항시 해녀는 55개 어촌계에 1105명이다. 이는 지난 2007년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말 기준 경상북도 해녀는 153개 어촌계·1521명이다. 포항시가 1139명으로 가장 많고 경주시 124명, 영덕군 177명, 울진군 70명, 울릉군 11명이다. 포항시의 해녀는 8개월만에 34명이나 줄어들었다.

구룡포읍 병포리 어촌계는 해녀의 고령화로 약 20년전부터 해녀들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병포리 마을어장의 해산물 채취와 관리는 인근 어촌계 해녀들의 몫이 됐다.

특별취재팀은 무더운 햇살이 내리쬐는 지난 6월 20일 오전 8시30분 구룡포리 어촌계 해녀들과 함께 병포리 방파제를 찾았다. 구룡포리 어촌계의 해녀는 36명으로 이중 제주출향해녀는 7명이다. 이곳 현지 해녀들은 제주출향해녀들을 통해 물질을 배우기도 했다고 한다.

제주 금능리 출신인 양인선씨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출신인 양인선(66·여)씨를 비롯한 7명의 해녀들의 오늘 물질작업은 병포리 방파제 인근 마을어장에 서식하고 있는 별불가사리 퇴치작업이다. 암초와 모래, 자갈 밑에 서식하는 별불가사리는 강한 포식력과 번식력, 재생력을 갖춘 해적생물로 마땅한 천적이 없다. 우리나라 토종불가사리인 별불가사리는 전복과 조개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패류 등 어획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포항시는 수산자원 고갈을 줄이기 위해 매년 예산을 투입해 어촌계별로 별불가사리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물질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해녀들

바닷속으로 들어간 해녀들은 태왁에 의지해 오리발을 차며 물속을 들락날락하길 쉼없이 반복했고 수면위로 올라와 거친숨을 몰아쉬면서 포획한 별불가사리를 망사리에 넣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취재팀도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해녀들과 같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이곳 바닷속은 바다사막화의 주범인 갯녹음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돼 있었다.

별불가사리를 채취하고 있는 해녀

흰색의 석회조류가 달라붙어 하얗게 변한 암반틈에는 성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백화현상'이 진행된 일부 흰색암반에 미역과 모자반이 부착해 서식하고 있었으나 이들 해조류 수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윗면은 파란색에 붉은 점이 있고 배 쪽은 주황색을 띠고 있는 별불가사리는 곳곳에 널려 있었다.

취재팀이 뭍에서 50m 정도 밖으로 나가자 3~4m에 이르던 수심이 갑자기 7~8m로 깊어졌다. 백화현상은 더욱 심각했다. 이런 환경의 바다속에서 약 3시간 30동안 물질을 하고 나온 해녀들의 태왁에 매달린 망사리안에는 별불가사리가 가득했다.

갯녹음이 진행된 암반의 부착해 있는 별불가사리와 성게

해녀들이 뭍에 오르자 방파제에서 대기하고 있는 어촌계 직원들은 저울로 해녀들의 별불가사리 포획량을 기록했다. 별불가사리는 곧바로 자연 건조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수거된 불가사리 약 1000여㎏. 수매가격은 ㎏당 2000원이다. 건조한 불가사리는 ㎏당 6000원에 수매한다. 별불가사리 포획비용은 포항시에서 해녀들의 통장으로 입금시켜준다고 한다.

김정일 병포리 어촌계장

김정일 병포리 어촌계장은 "20년 전부터 해녀가 사라져 인근 어촌계 해녀들을 불러와 물질작업을 하고 있다"며 "포항의 해녀가 다 사라지면 앞으로 잠수부라도 데리고 와서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불가사리는 전복과 바지락 등 각종 패류를 잡아먹는 어장 황폐화의 주범"이라며 "해녀들이 잡은 불가사리는 지역농가에 유기농 퇴비로 무료로 공급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의 황폐화로 구룡포의 해산물 채취량도 감소하고 있다.

넙치와 강도다리 등을 양식하고 있는 육상 해수축양장에서 배출되는 사료찌꺼기와 고기배설물들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바다가 황폐화되고 있는 것. 이같은 바다환경은 구룡포 해녀들의 주된 수입원인 보라성게와 말똥성게, 천초(우뭇가사리), 전복 등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 해녀가 취재팀에게 별불가사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정우화 장길리 어촌계장은 "바다자원보전을 위해 포항시의 지원을 받아 매년 3000~4000만원 상당의 전복종패를 어장에 뿌리고 있지만 옛날에 연간 3t이상 나왔던 전복이 지금은 연간 600~700㎏정도로 줄어들었다. 또 적조가 한번 오면 2~3년 동안은 해산물이 없어 아예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병포리 주민 박원춘(79)씨는 "옛날에는 인솔자들이 제주해녀들을 20~40명씩 이곳으로 데리고 와서 천초작업을 했는데 현재는 물량이 거의 없다. 그리고 여기는 제주도와 달리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공장들이 많이 있어 물질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촌계 직원들이 해녀들이 포획한 별불가사리를 저울로 무게를 재고 있다

포항시가 지난 2013년 '포항시 나잠어업 보호 및 육성 조례안'을 제정해 노령화한 해녀를 위한 잠수편의시설 설치 및 안전관리, 해녀 육성정책 시행 등 해녀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고령화 등으로 인한 해녀 감소는 여전하다.

10대 후반부터 제주와 육지를 오고 가며 출향물질을 해오다가 스물한 살에 이곳에 정착해 결혼하고 2남 1녀를 출가시킨 양인선씨는 "물질 하다가 다치거나 아플 경우 경상북도에서 지정한 병원에 가면 무료로 진료와 치료를 해 주고 있고 잠수복 구입시 80%를 지원해 주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해녀들은 다 나이가 들어 앞으로 해녀가 없는 어촌계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룡포항에서 해산물 전문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가 됐지만 우리 출향해녀들에게는 새롭게 지원이 되거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고대로 부장, 강경민 차장, 김희동천·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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