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아이들 건강, 정치 문제다

[한라칼럼]아이들 건강, 정치 문제다
  • 입력 : 2017. 07.25(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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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앞으로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한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국정 핵심과제 중 하나다. 전국에 치매 노인을 돌보는 '치매안심센터'를 늘리고 치매 환자에게 특화된 '치매안심병원'도 확충한다. 치매는 노인 건강의 최대 복병이다. 치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의제임을 국가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제주사회의 의제는 매우 다양하다. 연일 제주를 들썩이게 하는 거대 담론만을 얘기하는게 아니다. 제주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어두운 그림자는 곳곳에 짙게 깔려 있다. 제대로 몰랐거나 관심에서 멀어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언론도 그렇다. 신영복 선생은 저널리즘의 객관(客觀)적 행태를 질타하곤 했다. '객관'을 뒤집어서 관객(觀客)이 된다고 꾸짖은 것은 타당하다. 구경꾼 역할밖에 하지 않는 언론을 나무란 것이다. 제주 학생들의 비만문제만 해도 그렇다. 비만과 아이들의 건강을 화두로 제대로 공론화한 적이 없고 구경꾼이었다.

제주도와 도의회, 교육당국은 제주 아동들의 건강 실태를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가. 제주건강운동본부(준)는 제주도민의 건강문제 토론회에서 '백척간두에 서 있는 제주'라고 진단했다. 제주 아동의 비만 문제는 핵심 화두다. 제주 아동 비만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제주도교육청의 2015년 도내 초중고 8만여명의 학생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관리대상인 과체중을 포함하면 비만율은 33.4%에 이른다. 아동 비만은 성인 비만과 각종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 건강에 특별자치도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진단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라일보가 '아이들이 건강한 제주' 만들기를 전개하는 이유다. 그 첫 공동기획이 '비만 다운(down), 건강 업(up)'이다. 더 늦기 전에 제주사회 전반에 아동 비만 대응체제를 구축하는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취재진은 학교 현장과 보건소를 두루 찾아다녔다. 학교는 신체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중이며 보건소는 그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신제주초등학교는 작년 10월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공동으로 특별놀이구역을 만들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제주북초등학교에서 '맘껏 쉬고 노는 제주 어린이'를 위한 맘껏 놀자 선포식을 가졌다. 아동의 비만 개선과 건강한 성장발달을 돕자는 취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린이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많다. 도내 초등학교 33곳에 제대로 된 인도가 없다. 초등학교 가운데 1/3이 보행자도로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등하교 때 걷기를 권장하는 것과도 모순이다. 보행로를 점령한 불법차량으로 아이들이 도로로 내몰리며 안전을 위협받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이 걸어서 안전하게 등·하교 할 수 있도록 인도 개설과 함께 학교 주변 자치경찰단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내 불법 주·정차 단속이 선행돼야 한다.

아동 비만은 건강문제와 더불어 제주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에도 위협 요인이다. 학교와 행정은 물론 정치권이 아동 비만 대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다. 걷기와 같은 신체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충분한 보행로 확보 등 학교와 생활주변 인프라를 확대 구축하는 것도 과제다. 제주도와 교육청, 도의회가 한묶음으로 나서 비만문제를 주요 정책화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협력도 필수다. 제주사회가 아동비만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심각하고 난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에 제주의 미래가 걸려 있다. 아동 건강문제는 도정 핵심과제이자 정치문제로 다뤄야 한다.

<강시영 기획탐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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