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人터뷰]다큐영화 ‘직지코드’의 제주출신 우광훈 감독

[한라人터뷰]다큐영화 ‘직지코드’의 제주출신 우광훈 감독
"다큐도 흥미진진하다고 평가해 주시길"
  • 입력 : 2017. 06.23(금)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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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진출 17년만의 데뷔작인 다큐영화 ‘직지코드’를 제작한 우광훈 감독. 사진=이흥렬 작가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 둘러싼 역사적 비밀 추적
17년만의 데뷔작… 오는 28일 메가박스 제주서 개봉돼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로 1377년 고려 흥덕사에서 인쇄된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直指))'. 역대 불조사들의 어록 등을 담고 있는 불전으로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 것으로 알려져있다. 금속활자 인쇄술은 지난 천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으로 평가받지만 서양에서는 '직지'가 아닌 구텐베르크가 첫 발명가로 추앙받는다. '직지코드'(감독 우광훈·아우라픽처스)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에 보관되어 있는 '직지'를 둘러싼 역사적 비밀을 밝히기 위해 제작진의 다이내믹한 여정과 놀라운 발견을 담아낸 추적 다큐멘터리다. 4개월을 예상했던 작업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5개국 7개 도시를 횡단하며 3년 동안 이어졌다.

제주출신 우광훈(45) 감독은 '직지'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 싶다며 다큐 제작을 제안한 파란 눈의 외국인 주인공 겸 감독 데이빗과 함께 영화 다빈치 코드(2006)처럼 금속활자 발명에 관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을 미스터리하게 풀어냈다. 이 작품은 우 감독이 영화계 진출 17년만에 거둔 데뷔작이기도 하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초청으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우 감독을 만났다. 우 감독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으로 오현고와 한국외대,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영화과를 졸업했다. 여러 편의 단편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뮤직비디오 작업에 참여했으며, 지난 2010년 다큐멘터리 ‘공공미술, 희망을 찾아서’를 정지영 감독과 공동 연출했다.

"이 영화는 서양이 쓴 역사를 그대로 믿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데이빗과 제가 공동 감독을 맡았고, 보다 객관적으로 구텐베르크와 직지 사이에서 객관적 평가를 내려줄 수 있도록 독일계 한국인인 여주인공을 투입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과연 진실인가에 대해 계속 물음 던져야 한다는 점을 몸소 체험하게 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큐도 흥미진진하게 극영화처럼 재미있을 수 있다고 관객들이 평가해주길 기대합니다."

다큐 제작 과정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유럽학자들은 구텐베르크가 과연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가인지에 대해 입을 닫았고, 고려에서 서양으로 인쇄술이 넘어간 결정적 증거물을 확보하고 있는 바티칸은 열람을 거부했다. 프랑스 도서관이 촬영을 거부하는 상황도 그대로 영화에 담긴다. 영화를 찍는 도중 카메라를 도난당하는 불상사도 생긴다.

"난관이 생길 수록 저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영화 다빈치코드의 박진감을 넘는 다큐가 나올 것 같았지요. 이 다큐는 사실을 다루고 있는 점에서 더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 영화에서는 그동안 금속활자 인쇄술을 둘러싼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가지 비밀이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직지'의 내용 자체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그는 미국 유학 후 외무고시를 치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기대를 뒤로 하고 유학시절 학교를 옮겨 영화를 전공했다. 졸업 때까지 가족들은 그 사실을 몰랐고, 그런 와중에 외환위기로 학비 지원이 끊기자, 그는 중국집 아르바이트, 한인 사회 각종 행사를 뛰면서 학업을 마쳤다. 원래 극영화를 준비했는데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다큐적 영상을 많이 만들었던 것이 이번 작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매순간 카메라를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순간을 포착하지 않으면 그 영상은 다시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어떤 상황이 생길 지 모르니까요. 그게 다큐의 묘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데뷔를 위해 여러번 애썼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00년 정지영 감독 곁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한 이후 광주 민주화항쟁을 주제로 한 영화를 준비하다가 좌절되고, 그 후 공산주의 독립운동가 김산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도 포기해야 했다. 결국 17년 만에 데뷔작을 품에 안았다.

지난 5월 개최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한 이번 작품은 오는 28일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개봉된다. 제주에서의 개봉은 다큐영화라는 작품의 특성상 개봉관을 잡지 못했었지만, 최근 메가박스제주의 도움으로 제주 관객들도 그의 작품을 극장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 시사회를 앞두고 지난 14일 아버지(고 우태헌 전 대정여자고등학교 교장)의 장례식을 치른 그의 사연을 듣고 영화관 대표가 선뜻 개봉에 도움을 준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저의 데뷔를 도와주시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영화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담은 다큐 영화가 될 것입니다. 데뷔작을 고향 도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함을 느끼며 영화와 관련해 도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 대한 도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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