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저지리에 미술 꽃잎 날리네

봄날 저지리에 미술 꽃잎 날리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전시공간 기획전에 관람객 발길
거장부터 청년작가까지 제주서 발견한 순간 등 담아
  • 입력 : 2017. 04.19(수)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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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조성되기 시작한 해는 1999년. 북제주군 시절 첫 걸음을 떼어놓았다. 그동안 사업 성공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예술인 작업실이 하나씩 생겨나고 주변에 문화공간이 지어지면서 규모를 갖춰가고 있다. 작가 창작실만 어느덧 30여곳에 이른다.

제주현대미술관 강태환의 ‘숨쉬는 공간’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지난해 9월 문을 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중심으로 볼 만한 전시가 많다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평일에도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오래도록 머무는 관람객들이 눈에 띈다. 무르익는 봄,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전시장으로 떠나보자.

제주현대미술관으로 가면 '또 다른 시선'이란 이름을 달고 30~40대 작가 3명이 참여한 지역네트워크 교류전을 만날 수 있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문화예술재단, 서울 성북문화재단 협약에 따라 기획된 전시다.

제주 토박이 작가 강태환은 스테인레스스틸과 이끼가 공존하는 설치물로 차츰 원시성을 잃어가는 제주 풍경을 담아냈다. 회화를 넘어 영역을 확장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는 성북문화재단 추천 작가 박종호는 거리 곳곳 감시카메라가 눈을 번뜩이고 있는 도시로 눈길을 돌린다.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탐색하고 가림막 너머 세월호의 진실에 눈을 감지 말라고 말한다. 제주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인 김진숙은 곶자왈 지대에 흘러들었을 붉은 빛의 용암 일렁이는 물결을 캔버스 위로 불러냈다.

김창열미술관 한경우의 ‘그린하우스’

전시장을 찬찬히 돌다보면 청년 작가 3명은 "도시화, 이대로 좋은가"를 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또 다른 시선'이란 전시 제목이 다소 평이하게 느껴진다. 오는 5월 28일까지.

김창열미술관은 김혜순의 시에서 이름을 따온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을 주제로 오는 6월 11일까지 기획전을 열고 있다. '물방울 화가'인 김창열 작가의 기증품을 매개로 탄생한 미술관의 특성을 살렸다. 백남준의 'TV 부다', 빌 비올라의 '세 여인', 한경우의 '그린 하우스', 이이남의 '박연폭포' 등 회화, 영상, 사진, 설치 등으로 '오래고 오랜 물'을 표현했다. 제주 작가인 문창배의 회화, 부지현의 설치 작품도 나왔다. 의자 따위가 공중에 떠있는 한경우의 설치 작품은 3년전 바닷 속에 잠겼던 세월호를 떠올리게 만든다.

스페이스 예나르 제주 김승희의 ‘춤추는 모란’

갤러리 노리엔 정정엽 작가가 초청돼 '아무데서나 발생하는 별'을 화폭 위에 빛나게 하고 있다. 저 아래 흙밑에 탄탄히 자리잡은 파 한뿌리가 감동스럽고 양파에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에 눈길이 간다는 작가는 콩 하나씩을 모아모아 지난 촛불집회를 반짝였던 불빛을 만들었다. 이 땅에 시시한 존재란 없다. 전시는 19일이면 끝이 난다.

갤러리노리 정정엽의 ‘촛불’

스페이스 예나르 제주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장신구를 제작해온 김승희 공예전을 마련했다. 처음 제주에서 개인전을 갖는 김 작가는 '금속으로 그린 풍경'이란 주제 아래 장신구는 물론 벽면 작품, 오브제 등 100여점을 들고 왔다. 녹청, 황토빛을 풍기는 작품들엔 금속이 지닌 깊은 맛을 우러나게 하는 작가의 오랜 경험이 녹아있다. 다섯 개의 힘찬 산봉우리와 두 그루 소나무가 등장하는 '춤추는 모란' 등 그의 금속공예 30년사를 살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제주현대미술관 분관 입구엔 제주현대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며 미술관 태동에 기여한 김흥수 선생의 '아뜨리에'가 지난 3월 새단장을 마치고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제주를 찾을 때마다 창작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유품전시관으로 바꿔 화구 등 작가가 살아있는 듯 작업실 풍경을 재현해놓았다.

제주시 서쪽 끄트머리쯤 위치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의 여러 공간들이 미술을 중심으로 한번쯤 가고 싶은 방문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중교통편은 여전히 열악하다. 제주시내에서 가려면 한림에서 내린 뒤 읍면순환버스로 환승해 가거나 동광육거리에서 제주현대미술관 픽업 차량을 사전 예약해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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