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어느 외국인 투자자의 '한숨'

[열린마당]어느 외국인 투자자의 '한숨'
  • 입력 : 2017. 03.28(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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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어느 외국인 투자자는 1년에 1/3은 해외 출장을 다닌다.

그에게 한번은 이런 걸 물어본 적이 있다. 많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왜 제주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분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단지 제주도가 좋아서 투자하는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 외엔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덧붙여 그분은 세계 각국의 투자정책은 대한민국에 비해 혜택과 행정절차가 훨씬 좋고, 수월하다고 하였다.

제주도가 그냥 좋아서 투자했다는 그의 결심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제주도민인 나보다 더 제주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진심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외국인 투자자는 벌써 10년이 넘도록 제주도에 계속 투자만 하고 있다. 이 분을 보며 외국인 투자자 유형도 모두가 똑같지 않음을 알았다.

요즘 저잣거리에 떠도는 소위 '먹튀 투자자'부터 '좋은 투자자', '상생 투자자'까지. 위에서 말한 분을 표현한다면 '짝사랑 투자자'라고나 할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희망을 갖자고 강조해 온 그 외국인 투자자를 최근 우연한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그런데 늘 밝게 웃던 그분은 '한숨'을 쉬는 투자자로 변해 있었다.

이제까지 긍정의 가치관으로 희망을 갖고 투자를 결정해왔다는 그분은 근래 처음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업추진 과정에 원칙과 기준을 갖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며 행정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한 절차적 노력과 합법적 정당성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자의적인 행정절차와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고통스럽다는 토로를 하였다.

그분의 '한숨'에 깊은 시름이 느껴졌다.

"제주도에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누구도 리스크를 감내하고 투자할 사람은 없다"는 그분의 말은 너무 아프게 들렸다. 그 외국인 투자자의 '한숨' 소리가 지금의 제주도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러한 '한숨' 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 걸까?

요즘 제주도는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해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투자자에게 더 큰 문제는 예측할 수 없는 '도민정서법'과 '포퓰리즘'이다.

작은 카페를 오픈할 때도 사업성이 있을 때 시작한다. 투자자는 사업성이 있어야만 투자를 한다. 소규모 영세업자나 국내 대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적절한 투자시기, 투자지역의 개방성, 행정서비스의 신속성 등은 사업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육지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 엄격하고 배타적인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만약 일부 여론에 행정이 흔들리고, 흔들린 행정은 여론의 눈치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돼 사업자는 투자 시기를 미루고 사업계획을 축소·변경하라고 상식을 넘는 권고를 받는다면 어떨까?

투자는 타이밍이다. 시기를 놓치면 대박은 쪽박이 될 수 있다. 사업규모를 강제로 축소하라고 하면 규모의 경쟁력은 사라진다.

언제부터인가 제주도가 개발사업에 여론의 눈치를 보고, 환경단체를 의식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들에게 끌려다닌다는 여론이 있다. 그랬는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때가 되었다.

여론에 떠밀린 불확실한 행정절차가 있었다면 내국인·외국인 투자자를 떠나서 가장 위험한 투자 리스크다. 외국 땅에서 특혜를 바라고 시작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없다.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바라는 게 아니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예측 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행정절차를 바라는 것이다. 투자 자체가 많은 리스크를 안고 가는데 행정마저 일관성이 없다면 누가 투자하랴? 그들의 요구가 무리한 것인지 열린 마음으로 도정을 다시 한번 성찰해 보자.

'한숨'이 깊어가는 외국인 투자자의 모습을 두 번 다시 보지 않는 희망찬 제주사회를 기대한다.

<김성원 버자야제주리조트㈜ 본부장·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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