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가 이슈&현장]제주4·3평화문학상 개선안 ‘솔솔’

[제주문화가 이슈&현장]제주4·3평화문학상 개선안 ‘솔솔’
막대한 상금 들여놓고 영화화는 왜 안되나
  • 입력 : 2017. 03.28(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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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문학상 제3회 소설 부문 당선작을 책으로 묶은 장강명의 '댓글부대'.

道 5회째 운영… 시 2000만원·소설 7000만원 파격
4·3전국화 취지에도 2차 저작물 생산 지원 소극적
미발표작 대신 문학상 주제 담긴 작품 발굴 주장도

2012년 제정돼 이듬해 시·소설 부문에 걸쳐 첫 당선작을 낸 제주4·3평화문학상. 제주4·3의 역사를 문학 영역으로 확대해 국내 작가들과 문학 지망생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이를 통해 4·3의 전국화에 기여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 5회 수상작까지 배출해 시상이 이루어지는 등 4·3평화문학상에 쏠리는 관심이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문학상을 시행하는 제주도는 4·3평화문학상 당선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 쥔 제주도 '댓글부대' 원작 사용 불허=제주도 4·3평화문학상 운영 조례에 따르면 4·3평화문학상 수상작품에 대한 저작권과 2차적 저작권(수상작의 번역·각색·영상물 등 포함)은 수상일로부터 제주도지사에게 귀속된다. 귀속 기간은 도지사가 정하도록 했다.

이 조항 때문에 제3회 소설 부문 당선작인 장강명 작가의 '2세대 댓글부대'를 영화화하는 작업이 순탄치 않다. 국내 유명 제작사에서 지난해부터 이 작품을 스크린에 옮기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저작권을 쥔 제주도가 원작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4·3평화문학상 수상 이후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댓글부대'로 나온 소설은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이후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의적인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해당 사이트를 무력화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제주도가 표면적으로 "4·3을 직접적으로 다룬 소설이 아니"라며 영화화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선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국정원 선거 개입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주4·3 직접 다룬 소설은 본심에서 밀려=4·3평화문학상은 시 2000만원, 소설 7000만원으로 국내 문학상 중에서 시상금액이 높다. 제주도가 제주4·3평화재단에 위탁해 응모작을 모집하고 있는데 국내외에서 작품이 몰려든다. 이번 5회 공모전에도 시 126명 1403편, 소설 123명 125편이 접수됐다.

파격적 시상금은 4·3 소재 글쓰기 작업에 동기를 부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미발표작이 심사 대상이어서 같은 시기에 4·3의 진실,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발전을 담아낸 우수한 작품이 있더라도 4·3평화문학상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4·3을 다룬 소설이 완성도 등에서 본심에서 밀리는 일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제정 초기에도 벌어졌다. 미발표작으로 응모를 제한하자는 입장 한편에 한 해 동안 나온 작품 중에서 4·3평화문학상 제정 방향에 맞는 시와 소설을 가려내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어느덧 문학상이 5회를 넘겼다. 당선작이 문단에 화제를 뿌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문학을 통해 전국에 4·3을 알린다는 당초 목적에 가까워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댓글부대'의 경우 영화 외에 연극으로 만들겠다는 극단도 있어서 지금처럼 지자체가 직접 4·3평화문학상을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학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4·3평화문학상을 키울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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