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에 좌초된 '만선의 꿈'

풍랑에 좌초된 '만선의 꿈'
지난 20일 대형선망어선 금해호 침몰
강한 파도로 인해 어창에 바닷물 유입
1시간 동안 저체온증과 사투벌이다 구조
해경, 함정 등 투입 실종자 1명 수색중
  • 입력 : 2017. 02.21(화) 18:33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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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죽는구나 싶었죠. 그 순간 구조선박이 보였습니다."

 거친 파도로 인해 배가 침몰됐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선원 8명이 제주 땅을 다시 밟았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21일 오후 3시40분쯤 제주시 우도면 북동쪽 23해리(약 42km) 해상에서 침몰한 금해호(278톤·승선원 10명) 선장 김모(59·부산)씨 등 생존자 7명을 불러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함께 구조된 선원 윤모(59·부산)씨는 고열 증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일 강한 파도에 의해 선수 부분에 위치한 어창에 물이 유입되면서 침몰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침몰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선장은 구명정을 바다에 띄우고 선원들을 탑승시켰다"밝혔다.

 구명정에 탑승하지 못한 실종자 조모(66·부산)씨는 선미 부분에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목격된 것이 마지막 모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를 받은 A(58·부산) 항해사는 "고등어를 만선으로 싣고 가다 거센 파도를 만나 선박에 물이 차면서 침몰이 시작됐다"며 "1시간 가량 물을 퍼내는 작업을 했지만 잦아들지 않는 파도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선장이 안내하는 구명정을 타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구명정에 오르긴 했지만 1시간 이상 바다에 표류하고 있었고, 옷이 다 젖어버려 저체온증으로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며 "이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같은 선단에 소속된 어선이 보였고 구명조끼를 손으로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고 덧붙였다.

 또 A 항해사는 "당시 금해호는 고등어 박스(20kg) 1만 2000여개(약 24만톤)를 싣고 부산으로 가던 중 강한 파도를 만나 침몰됐다"며 "구명정에 탑승한 이후에야 동료 2명이 타지 않은 것을 알게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망이 확인된 김모(54·부산)씨의 유가족도 이날 조사를 참관했다. 친형이라고 밝힌 50대 남성은 "나도 동생과 같은 어부다. 날씨 때문에 서귀포항에서 피항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연락을 받게 됐다"며 "병원에서 동생의 신원을 확인하고 나서 사고 원인이 궁금해 조사과정을 지켜보러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오후 3시35분쯤 구명조끼를 입은 채 사고 해역 주변에서 해경 헬기에 발견됐지만 결국 병원에서 숨졌다.

 아직 실종된 조씨에 대한 수색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해경은 대형 경비함정 4척, 관공선 1척, 어선 1척, 항공기 2대를 투입해 현장 주변을 계속해서 수색하고 있다.

 한편 해경은 선장 김씨에 대해 선박매몰죄·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조사 하고 있다. 또 금해호 선사 측 관계자들을 불러 무리한 출항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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