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주다움 잃지 말라”는 메시지 유념해야

[사설]“제주다움 잃지 말라”는 메시지 유념해야
  • 입력 : 2017. 02.21(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가톨릭 사제이면서 제주개발의 이정표를 제시한 맥그린치 신부(한국명 임피제)가 "제주다움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18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양영철 제주대 교수가 펴낸 '제주 한림 이시돌 맥그린치 신부' 출판 및 호스피스 병원 후원을 겸한 기념식에서다. '제주다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담론이 우후죽순 격으로 제기되는 현실에서 맥그린치 신부의 메시지가 묵직함을 더하는 것은 그의 족적과 제주개발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출신 맥그린치 신부는 1954년 스물다섯의 나이로 초대 제주 한림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했다. 이후 돼지 한 마리를 들여와 허허벌판이던 한림 중산간에 500여만 평 규모의 이시돌 목장을 조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1300여명의 여성을 고용하는 한림수직을 설립하고, 생산물을 통한 수익금으로 병원·양로원·요양원·유치원·노인대학 등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켰다. 몇십 년 전부터 거대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지역 공동체와 더불어 주민이 주체가 되는 개발모델의 사례를 성공적으로 보여온 것이다.

학계가 맥그린치식 개발을 주민이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평가하고 이를 지역개발 10계명으로 명명하면서 주목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양 교수가 제시한 10계명은 '지도자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주민 공동체가 개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개방은 해야 한다, 늘 혁신하라, 개발과 복지를 함께해라' 등이다. 주민 주체 개발은 현시점에서도 제주개발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고려되는 핵심 요소이다. 이럴때 '제주다움을 잃지 않는' 개발 가능성이 커짐은 물론이다.

벽안의 노 신부가 던진 메시지는 제주도가 제주다움을 잃고 있다는 역설이자 경고다. 지역 특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무시한 획일적 개발은 제주의 정체성에 심각한 위협이 된 지 오래다. 대규모 자본에 의한 급속한 개발열풍은 자연을 파괴하고 지역주민의 소외감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가 제주의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지금보다 몇 박자 느린 '슬로우 관광'을 강조한 이유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제주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곧 제주를 살리는 개발임을 유념해야 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69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