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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 [한라일보] 좀비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좀비가 슬픈 이유 또한 동일하다. 좀비는 죽지 않아서 나를 위협하는 존재지만 아직 죽지 않아서 애도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죽지 않았지만 살아 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좀비가 된 내 사람을 우리는 곁에 둘 수 있을까. 방금 전 까지 인간의 언어로, 내 곁에 머무는 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던 이가 순식간에 다르게 변했다고 해서 당연히 내가 모르는 이가 되는 것을 쉽사리 납득할 수 있을까. 나의 안전과 안위와는 다른 측면의 마음들이 작동하지 않을 리 없다. 그가 나를 죽여도 사랑하겠다는 마음이 거짓일리도 없다. 분명히 전과 다른 존재로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 또한 발견할 수 있고 회복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애틋한 존재로서의 좀비를 다룬 작품이 있다. 김은영 감독의 장편 영화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장르 영화의 축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는 김은영 감독의 전작 <더 납작 엎드릴게요>의 연장 선상에 있는 공동체 내부의 소동극이자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크다고 믿는 낙관의 이야기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 선우(김연교)는 남편 병진(신진영)과 함께 병진의 고향으로 향한다. 그런데 고즈넉하고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한적한 마을에는 좀비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다. 어느 날 산에서 개에게 물린 선우는 그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순식간에 좀비로 변해가는 아내 선우 앞에서 병진의 선택은 완전히 변하지 않은 선우를 돌보는 것이다. 먹이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일이 좀비가 된 선우를 위한 병진의 처방이자 약속이 된다. 병진은 선우의 바이러스를 늦추는 것만 같은, 선우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생존 레시피를 개발한다. 그 결과로 벌레와 꽃이 한데 놓인 기이하고 사랑스러운 음식이 선우 앞에 놓인다. 선우는 사람을 무는 대신 음식을 먹는다. 좀비로서의 정체성이 병진의 음식 앞에서 주저하는 것처럼. 그리고 병진의 이 레시피는 좀비 바이러스와 함께 마을에 퍼지기 시작한다. 좀비로 변한 가족을 숨겨둔 이들이 병진을 찾아 온다. 레시피의 전파로 인해 이 마을에서는 죽지 않은 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다. 좀비 바이러스와 생존 레시피가 공존하는 소문의 낙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는 '우울과 좀비 그리고 브런치'라는 이질적인 단어들이 충돌하는 제목처럼 일반적인 좀비 장르의 영화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방향을 보여주는 영화다.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속 좀비들은 따로 떨어져 그들의 살던 집에서 돌봄의 존재로 보호 받으며 생존을 이어간다. 호러와 스릴러 장르를 경유하며 독립적 장르로 발전해가고 있는 좀비물의 자장 안에서 이단아가 가까운 존재들이다. 생각해본다. 어느 날 사랑하는 이가 갑자기 좀비로 변해간다 그런데 그의 변화가 생각보다 지연되어 나에게 관찰의 시간이 주어진다. 내가 알던 그가 더 많이 남아 있는 채로 그가 나를 본다. 마치 나쁜 병에 걸려 자신을 조금 잊어 버린 것 같은 눈으로. 그럴 때 우리는 쉽게 좀비를 절멸 시키는 방향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비를 절멸 시킨다는 말 안에는 스스로 아직 사랑하고 있는 감정 모두를 잊겠다는 약속이 수반 되어야 할 것인데 그럴 수 있는 만용이 사랑을 멈출 생각이 없는 이들에게 절로 생길 리 없다. 결국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헤매고 불안과 불면의 밤들을 받아 들이게 될 것이다. 끝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음,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동력이 사랑이기 때문에. ![]()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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