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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망에 새긴 여성의 삶… 제주갤러리서 박진희 개인전
'이토록 희미하고 짙은'전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5. 12.19. 10:28:53

박진희 '당신의 시간'

[한라일보] 박진희 작가의 개인전 '이토록 희미하고 짙은'이 서울 인사동 인사이트센터에 있는 제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가 2025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 아홉 번째 작가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여성의 노동과 기억을 동망(銅網, 구리로 만든 망)에 시각적으로 표현한 설치작품 6점을 선보인다.

2013년 제주로 이주한 작가는 지난 8년간 제주 해안마을에서 함께 생활하며 할머니들의 생애를 구술로 기록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각자의 삶을 살았지만 그들의 삶의 결은 닮아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었던 시대와 강대국의 이권 다툼,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묵묵히 생명을 지켜낸 존재들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가는 이들의 기억을 구리로 만든 동망에 새겨왔다. 동망은 산업자재이지만 작가는 이를 삶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며 마치 섬유를 다루듯 바느질해 나간다.

박진희 '백만번의 숨'



할머니들은 생을 뒤돌아보며 '행복'이 아닌 '편안'을 마지막 바람으로 말했다. 작가는 그 마음을 품어 구리망으로 수의가 아닌 날개옷을 기워냈고 금사, 동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푸른 녹으로 변하는 바닷물 같은 재료로 이들의 삶을 새겨나갔다. 작가는 "그 시대를 살아낸 여성을 위로하고, 보듬어, 특별한 존재로 인정하고 싶다"고 전한다.

전시는 내년 1월 5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관한다.

또 관람객이 동망 조각에 제주 바닷물로 메시지를 새기는 프로그램 '바닷물 드로잉 워크숍'도 이달 27일 오후 1시 진행하며, 이와 관련 문의는 제주갤러리로 하면 된다.

작가는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탐라미술인협회 대표, 4.3 미술제 조직위원장, 상상창고 숨 대표, 제주여민회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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