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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길이 설치된 우진제비오름. 주민들 일상과 맞닿은 자연의 길 우진샘, 가뭄에도 흐르던 생명수 소중한 식물 찾으며 되살아난 동심 [한라일보] 따사로운 가을볕이 내리쬐는 주말 아침. 청명한 하늘을 만끽하며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열두 번째 탐방은 완연한 가을 속으로 떠나는 여정이었다. 길잡이를 맡은 고성두 자연환경해설사를 따라 골체오름으로 향했다. ![]() 걷는 도중에 청미래덩굴 열매가 보였다. "여기 보시면 가시가 매의 발톱처럼 구부러져 있어 매발톱가시라고도 하죠. 지역에 따라 종가시나무, 망개나무, 명감나무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뿌리를 약재로 쓰기도 하는데 이럴 땐 토복령이라고 해요." 같은 식물을 두고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흥미로웠다. 둥글고 넓적하게 생긴 잎은 천연 방부제 역할도 한다. 옛적에 떡이 상하지 않게 잎을 따다 둘둘 말아 쌌다고 하는데 경북 의령군 향토 음식인 '망개떡'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 민오름 정상에 오르면 파노라마 경관이 펼쳐진다. ![]() 민둥산에서 울창한 숲이 된 민오름. ![]() 우진제비오름 우진샘 아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골체오름을 내려와 민오름으로 향하는 길에는 억새의 향연이 펼쳐졌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을 햇살을 머금은 들녘이 은빛으로 일렁거리고, 강아지 솜털마냥 보송거리는 억새꽃들이 반짝이며 춤을 췄다. 제주에는 민오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여러 곳이 있다. 예전에는 민둥산처럼 보여 '민오름'이라 불렀다는데 우리가 오른 곳은 오름 전체가 나무로 뒤덮여 있었다. 1960~70년대에 심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룬 것이다. "쑥대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삼나무가 쑥쑥 잘 자란다고 해서 붙은 제주 말입니다." 숲 안쪽으로 갈수록 삼나무뿐 아니라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햇빛이 들지 않은 그늘진 숲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제는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숲으로 들어섰다. ![]() 민오름 식생을 설명하는 고성두 자연환경해설사. ![]() 편백나무 열매 ![]() 까마중 열매 ![]() 남오미자 민오름은 비탈진 경사면을 그대로 올라야 했다. 가파른 곳에서는 밧줄을 잡고 오르기도 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이 가빠지 즈음 정상에 도착했다. 다행히 힘들게 오른 보람이 있었다. 드넓은 들판 사이로 자리 잡은 마을과 그 너머로 펼쳐진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봉긋하게 솟은 오름들이 겹겹이 산그림자를 이룬 경관도 이채로웠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우진제비오름으로 가는 길목에 작은 마을을 지나쳐갔다. 오래전 이 지역에 양잠단지를 조성하면서 생겨난 마을이다. 당시 군유지(국유지)를 분양받아 시작한 양잠사업은 오래가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마을은 그대로 남았다. 비가 많고 습한 지역임에도 이날은 맑고 화창한 날씨 덕분에 쾌적하고 여유롭게 느껴졌다. ![]() 청미래 덩굴 ![]() 늦가을 햇살을 맞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걷는 내내 따스한 기운이 감싸 안았던 하루였다. 오름과 숲과 물길을 따라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정은주 여행작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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