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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은행의 나눔을 예전처럼 숫자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얼마를 냈고, 몇 가구를 도왔는지가 성과의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골목상권이 버티기 어려운 제주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는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됐다. "얼마를 냈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제주 안에서 어떻게 한 번 더 돌고, 누구의 삶을 실제로 바꿨는가 하는 질문이다. 올여름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그 질문에 답을 찾는 계기가 됐다. 임직원들이 각자 받은 쿠폰을 계기로 현금을 십시일반 모아 약 2000만 원이 넘는 자율 기부금을 만들었고, 은행이 같은 금액을 더해 총 4300만 원의 기부금을 조성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도내 전통시장과 동네 마트, 골목상권에서 폭염 대비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입하는 데 쓰였고, 준비된 물품 세트는 다시 취약계층 가정에 전달됐다. 임직원의 마음이 지역 상권의 매출이 되고, 그 매출이 다시 이웃의 생활을 버티게 하는 자원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러한 진심은 지난 9월, 창립 56주년을 맞이하는 방식마저 바꾸어 놓았다. 우리는 화려한 자축 행사로 샴페인을 터뜨리는 대신, 지난 56년간 우리를 품어준 제주에 감사를 전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은 자발적으로 10여 개의 봉사팀을 꾸려 '자율 봉사 릴레이'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해안가 정화부터 소외 이웃 돌봄까지, 연이어 진행된 이 땀방울의 시간들은 우리가 이 땅에서 56년을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스스로 확인하고, 말뿐인 행사가 아닌 행동으로 감사를 전한 뜨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이 흐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임직원들이 스스로 일일호프를 기획해 동료들에게 티켓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 1000만 원을 또 한 번의 기부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누구의 지시도, 실적 목표도 아닌, "우리끼리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바텀업 방식이다. 이런 움직임이, 구성원의 행복을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스스로 행복을 경험한 사람만이 그 행복을 자연스럽게 밖으로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은행이 지역사회공헌 인정제를 7년 연속으로 인정받은 것은 이런 흐름이 쌓인 결과다. 그러나 이 기록을 자랑으로만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제주 안에서 돈과 마음이 한 번 더 순환하는 길을 계속 설계하라"는 숙제로, 또 하나의 약속으로 새기고자 한다. 제주는 위기 때마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온 섬이다. 우리는 그 길 위에서 함께 걷는 은행이고자 한다. 소비쿠폰이 도내 상권을 한 바퀴 돌아 이웃의 여름을 지켜준 경험, 56주년을 자축 대신 헌신으로 채운 봉사 릴레이의 기억, 그리고 직원들이 손수 준비한 일일호프의 온기를 기억하겠다. 앞으로도 제주가 서로를 돌보는 방식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고민하는 제주은행으로 남겠다. 그것이 제주에서 태어나고 제주에서 성장한 제주은행이 이 지역에 드릴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약속이라고 믿는다. <이희수 제주은행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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