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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규진의 현장시선] 제주의 교통안전, '우리'의 관심과 참여에 달렸다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입력 : 2025. 11.14. 01:00:00
[한라일보] 제주소방안전본부가 발표한 '2025년 손상감시 실태보고서'는 단순한 통계 자료집이 아니다. 이는 지난 5년간 제주의 도로 위에서 벌어진 현실을 냉정하게 고발하는 우리 이웃들의 기록이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제주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1535건이다. 하루에 한 건꼴로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아찔한 질주가 반복된 셈이다. 이로 인해 2414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물론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 건수나 부상자 수는 전년 대비 26% 넘게 줄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두 배나 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음주운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같은 기간 600건이 넘는 무면허 운전 사고가 발생해 870명의 사상자를 냈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교통약자들의 희생이 너무나 크다. 12세 이하 어린이 관련 사고가 1249건 발생해 1600여 명이 다쳤고,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는 3587건에 달해 4000명에 육박하는 어르신들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제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8명으로, 전년보다 6.7% 증가했다. 특히 사망자가 9월과 겨울철(2, 3, 11, 12월)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제는 수동적인 비판이나 요구를 넘어 우리 스스로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야 할 때다.

문제의 가장 깊은 뿌리에는 '나 하나쯤', '이 정도는 괜찮겠지', '가까운 거리인데'하는 우리 안의 안일한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운전대를 잡는 마지막 순간, 그 손을 멈추게 하는 것은 법규나 단속 카메라가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우리 자신의 양심과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다. 술자리가 잦은 연말연시를 앞둔 지금, 그 책임감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더 나아가, 우리는 '정책의 소비자'에서 '정책의 참여자'로 변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매일 걷는 통학로의 횡단보도 조명은 충분히 밝은지, 우리 부모님이 건너는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 시간은 넉넉한지 직접 살펴보는 관심이 필요하다. 1249건의 어린이 사고와 3587건의 노인 사고는 '우리의 관심'이 부족했던 현장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스쿨존과 실버존의 실질적인 환경 개선, 특정 시기(9월, 겨울철)에 집중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한 맞춤형 정책, 음주운전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교육 및 캠페인 등은 우리 모두의 꾸준한 관심과 합리적 제안이 모일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제주의 교통안전은 누군가가 완성해서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니다. '나부터'라는 성숙한 시민의식, 그리고 '우리의 문제'로 여기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적극적인 정책적 관심. 이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갈 때 비로소 제주의 도로는 모두에게 안전한 '삶의 터전'으로 거듭날 것이다. 더 이상 안타까운 숫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깊은 성찰과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송규진 제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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