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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그렇게 겸손하고 소중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5. 09.23. 00:00:00
[한라일보] 선배는 오전에 전화를 거시는 분이 아니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지만 몇 번의 울림이 있은 후 짐짓 태연한 듯 반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네 형님, 안녕하세요?"

대학 선배로서'지혜롭게', '슬기롭게'를 강조하던 한 고등학교의 교장. 자주 함께 낚시를 다니던 자연을 좋아하는 분이었다. 필자가 매년 한 달 살이로 제주에 있을 때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늘은 뭐 해?" 하던 분.

선배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침에 집사람이 돌아가셨어"라고 전했다. 많이 놀랐지만 평온을 찾으려 노력하며 "장례식장을 알려주세요"라고 답했다. "아직 집에 계셔. 식장을 정하면 알려줄게…" 몇 마디 통화였지만 가슴을 적시는 울림이 있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집사람이 사망(작고)했어"라고 할 것이고,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기 전이면 "집에 있어"라고 할 터다. "돌아가셨어, 집에 계셔"라는 겸손한 표현에 나는 감동하고 있었다. 그분은 그러고도 남을 정 깊고 따스한 크리스천이었다.

제주로 날아가서 장례식장을 찾아가 조문을 했다. 발인까지 지켜본 후 돌아오면서, 계속 선배의 애정 깊은 "돌아가셨어, 집에 계셔"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나도 그렇게 아내를 소중하고 겸손하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천국에 올라갔을 사모님의 평안과 선배의 건강을 빈다. <남군희 한라일보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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