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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오름, 살펭망이라고도 하는 자배봉 [한라일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자배봉이 있다. 표고 211.3m, 자체높이 111m다. 자배낭(구실잣밤나무)이 유난히 많은 것으로 보아 이에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 널리 유포돼 있다. ![]() 자배봉, 하례리 걸서악에서 촬영. 김찬수 오늘날에는 자배봉(雌輩峰)으로 표기하거나 지역에서는 망오름, 살펭망, 저바니오름, 자베봉 등으로 부른다. 가장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포악(蒲岳)이란 지명의 '포(蒲)'는 '부들 포'자지만 '창포 포'자이기도 하다. 창포의 옛말이 '잘푀'다. 이 오름을 당시에는 '잘푀오름'으로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오름과 부들 혹은 창포와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우므로 이 한자의 뜻과는 관계없이 그 음만을 빌려 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경우를 훈가자 차자방식이라 한다. 이렇게 판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증은 이어지는 지명 자포악(紫蒲岳)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지명 표기는 '자포오름' 즉, '잘푀오름'의 한 가지일 것이다. 자포악이란 그 한자의 뜻과는 관계없이 음만을 빌려 썼다고 할 수 있다. '잘'에서 'ㄹ'이 탈락한 음을 '자(紫)'로 빌려 쓰고, '푀'를 '포(蒲)'로 차자했다. 여기서 '포(蒲)'라는 한자는 부들이니 창포니 할 필요 없이 그저 음만 취하되 '잘푀'를 연상하기 쉬운 글자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병사들이 동정을 살펴서 살핀오름? 이후 이 지명은 '자배'라는 발음으로 수렴해 갔다. 이렇게 많은 형태의 '자배'라는 표기들은 그 뜻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발음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당시의 발음은 '잘베'라거나 '자베'라 했을 것이다. ![]() 우진제비, 선흘 민오름 입구에서 촬영. 김찬수 다만, '살펭망'은 상당히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미평봉(米平烽)이라는 지명은 '미(米)'가 '미'자이므로 '살펭망'을 한자로 쓴 것이다. 쌀의 고어형이 '살'이다. 이 지명도 '잘푀'의 변화 과정을 알면 쉽게 풀린다. 망오름이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가 평평하다는 뜻에서 온 것이지 '망을 봤다'와는 거리가 멀다. '살펭'이는 '살피다'에서 왔다라는 설명도 본질과 거리가 멀다. '잘푀'는 ''에서 기원한 말이다. '잘푀'란 '의'와 같은 표기다. 이 '(jrp)'의 'j' 발음은 음가가 0이 되어 묵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엷'으로 된다. 원래 이 '(jrp)'은 돌궐어와 공통 기원이다. 돌궐고어, 카라카니드어, 투르크메니스탄어, 타타르어, 바슈크어에서 유사한 어형으로 나타난다. '엷다', '얇다', '평평하다' 등으로 파생했다. '(jrp)'은 개음절로 발음하면 '잘ㅍ'가 되고 여기서 'ㄹ'이 탈락한 발음이 '자베' 혹은 '제비' 등으로 나타난다. '자베오름'이란 '얇은 오름'이란 뜻이다. 위가 평평하다는 뜻도 포함된다. 그런데 여기 'j'의 발음이 'z'로, 이게 다시 's'로 분화하기도 한다. '솔펭망'이라 한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돌궐어권의 키르기스탄어, 카자흐어, 노가이어 등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솔펭망'이란 마찬가지로 '얇고 위가 평평한 오름'이란 뜻이다. 애월읍 광령리에 살핀오름이 있다. 표고 1,076m, 자체높이 76m다. "삼별초 항쟁 당시 김통정 장군 휘하의 병사들이 이 오름에 올라 주변 지역의 동정을 살폈다하여 이렇게 부른다"는 설이 유포되어 있다. 엉뚱한 얘기다. 얇은 오름이란 뜻이다. 사제비동산이 새매를 닮았다니 조천읍 선흘리에 우진제비가 있다. 표고 410.6m, 자체높이 126m다. 그 뜻을 모르겠다는 설명이 대세다. "예로부터 우진제비 오름 또는 우전제비오름이라 불렀으며, 한자 차용 표기에 따라 우진악(牛眞岳)·우진저악(牛眞貯岳)·우진접(牛振接)·우진저비악(雨陣低飛岳)·우전접(又田燕) 등으로 표기하였다. ![]() 사제비동산, 만세동산에서 촬영. 김찬수 ![]() 설오름 편 등 본 기획에서 여러 번 설명한 바 있다. 샘이 있는 얇은 오름이란 뜻이다. 바리메오름에 인접한 '자배기오름'도 같은 기원 지명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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