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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혼모노 찾기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5. 08.04. 02:45:00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라일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가히 신드롬의 기세로 전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제목 그대로 케이팝 슈퍼스타인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퇴치하는 이야기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과 한국문화를 믹스 매치한 진수성찬을 펼쳐 놓는 작품이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케이팝의 매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케이팝의 고향인 한국의 전통과 현재를 영화 곳곳에 섬세하게 새겨 넣은 영화는 웰메이드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가장 동시대적인 완성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 세계는 케이팝에 열광할까? 라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케이팝이 한때의 유행에 머무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BTS 와 블랙핑크,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 등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들이 전세계의 차트를 휩쓸고 수십 개 국가에서 월드 투어를 하는 놀라운 일은 한때의 영광으로 그치지 않았다. 끊임없이 데뷔를 치르는 많은 팀들이 선배들의 바톤을 이어 받고 있고 이제는 한국과 독일의 공연장에서 울리는 팬들의 함성 소리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와 칼군무라고 불리는 숙련된 과정에서 도출된 격렬한 안무의 하모니, 기승전결이 뚜렷하며 클라이맥스에서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벅차오르는 고양감을 만끽할 수 있게 만드는 목소리의 힘을 케이팝의 특장이자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쳐 있는 누군가에게 재생의 힘을 선사할 수 있는 처방이 5분의 케이팝 무대라는 것은 겪어 본 이들은 이미 공감할 유효함이다.

오랜 시간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응원과 위로를 주고 받으면서 느끼는 것은 단순히 고양감만은 아니게 되었다. 무대 위의 그들이 마치 하늘로 날아 갈듯 이 세계를 가뿐히 건널 때, 그러니까 지금의 나를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데려다 주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 그들은 나와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의 시절에 케이팝이 종교가 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무대의 뒤를 알고 싶은 호기심이, 신성화된 영역의 구멍을 들여다 보는 일이 생기자 복잡한 감정에 사로 잡힐 수 밖에 없었다. 완벽한 무대 뒤의 인간적인 모습은 꼭 호감을 더하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 가장 열광적인 팬들이 가장 무서운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악령을 퇴치하는 주인공 루미가 사실은 인간과 악령이 혼혈로 태어났으며 이를 숨긴 채 데몬 헌터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요한 서사로 그려낸다. 그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태로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는 슈퍼스타가 된다. 하지만 자신의 치부를 가장 가까운 그룹의 멤버들에게도 드러낼 수가 없다. 있는 그대로 사랑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가장 빛난다는 노래로 세상을 열광 시키지만 악령의 문양이 새겨진 자신의 몸은 화려한 무대 의상으로 꽁꽁 숨긴 채로.

케이팝 스타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을 보면서 원석이 보석이 되는 것을 그려본다. 나의 픽이 세상을 호령할 슈퍼스타가 되는 뿌듯함으로 미래를 충전한다. 근사한 무대를 만드는 빛나는 이들의 움직임에 감탄하고 그들이 흘린 땀방울로 써 내려갈 성장 서사에 기꺼이 독자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한편으로는 그가 숨긴 비밀이 무엇인지, 과거의 잘못이 없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살핀다. 한 치의 오점도 없는 원석이야 말로 보석이 될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애니메이션 속 루미는 불운한 운명으로 태어났으며 그것을 스스로의 믿음으로 극복해 낸 완벽한 성장캐였다. 그를 비난할 이유도, 응원 못 할 이유도 없는. 그런데 케이팝의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흠 잡을 데 없는 인성과 완벽한 실력, 타고난 조건을 갖춘 차세대를 찾기 위해 어떤 관용의 마음도 베 풀 이유가 없는 심사위원들이다. 당신의 픽에 투표하라는 서바이벌 오디션 장에서 가차없는 대중의 칼날에 쓰러져 갈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시대의 완벽한 영웅을 만드는 일은 때로는 너무 비정해서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그러니까 우리가 진짜로 열광할 진짜는 무엇일까. 그 진짜의 진심과 진실마저 모조리 평가 받아야 할 이 가혹한 오디션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더 이상 숨지 않겠다는 루미의 포효와도 같은 고음을 커버하는 현실 속 케이팝 스타들의 유튜브 클립에 달린 악플들을 굳이 읽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생활 헌터들의 검증되지 않은 투서들에 그렇게 빨리 끄덕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열광 뒤에 숨은 벼린 칼날의 마음들을 우리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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