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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음 단편사무소 대표. 김민음 제공 [한라일보] 제주에는 독특한 영화관이 있다. 상영관은 단 하나, 좌석은 8개뿐이다. 아담한 규모와 어울리게 이곳에선 러닝타임이 10~30분 내외의 단편영화들이 상영된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단편을 취급합니다”라는 문구가 관객을 반긴다. 서귀포시 서호동에 위치한 제주의 유일한 단편영화관 ‘숏트롱시네마’의 이야기다. 서울의 평범한 직장인이던 김민음(30대) 단편사무소 대표는 2021년 제주로 이주했다. 바로 직전 해에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세계 곳곳의 국경이 봉쇄되면서 그의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서울에서 가장 먼, 섬나라 뉴질랜드와 가장 닮은 제주로 향했다. 제주 살이 초반 김 대표는 서울서부터 즐기던 ‘독립영화’를 관람하고 싶었다. 하지만 개봉일자를 꼬박 기다리던 영화가 개봉하던 날, 제주에선 그가 기다리던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이 없었다. 크고 작은 최신 영화들이 모두 극장에서 상영되는 서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 대표는 “영화가 상영되지 않아서 볼 수 없다는 게 놀라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독립영화 불모지 제주는 그에게 오히려 기회였다. 독립영화를 볼 수 없다면 직접 상영하겠다는 호기로움이 단편사무소의 출발이었다. 단편사무소는 현재 일반 기업이지만 창업 초기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예비사회적기업 육성지원사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 서귀포시 서호동에 위치한 제주의 유일한 단편영화관 ‘숏트롱시네마’ 내부. ![]() 단편영화관 ‘숏트롱시네마’의 상영관 입구. ![]() 단편영화관 ‘숏트롱시네마’의 상영관. ‘숏트롱’은 단편사무소가 만든 고유어다. 영어 단어 ‘short’(짧은)와 ‘strong’(강한)의 합성어로 ‘짧지만 강한 여운’, ‘단편영화가 가진 에너지’라는 뜻을 가진다. “단편영화가 가진 힘이 있어요. 그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영화를 연출한 감독과 출연한 배우가 가진 철학과 신념, 그 모든 가능성들이 응축돼 있어요. 또 영화가 삶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단편들을 다루듯이 이 공간은 나와 타인의 삶의 단편들을 들여다보고 나누고, 편하게 상상하는 장소가 됐으면 해요.” 김 대표의 소망에 따라 숏트롱시네마에서는 관객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수박 겉핥기 클럽’이 운영된다. 영화관에서 운영되는 모임이지만 주제는 번역, 팟캐스트, 스탠드업코미디, 수어, 명상, 서점 등 천차만별이다. 규칙을 하나 꼽자면 비전문가들이 일회성으로 모여 각 주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가볍게 체험한다. 그는 “미숙함이 가진 잠재력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아니라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보면 가슴이 뛰고 기쁘다”며 “미숙한 게 부끄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게 이 모임의 취지이자 단편사무소가 지향하는 바”라고 설명했다. ![]() 단편영화관 ‘숏트롱시네마’에서 운영되는 '수박겉핥기' 클럽 포스터. 아래는 방명록 노트와 색연필이 있다. ![]() 단편영화관 ‘숏트롱시네마’에서 판매되는 영화 잡지와 단편소설 도서들. 제주로의 이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200% 추천한다. 다만 자신이 이곳에서 원하는 게 뭔지를 알고 와야 한다. 힐링이든 뭐든 원하는 게 있다면 꼭 한번 와보길 추천한다”고 전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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