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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해양탐사 제주바다, 그 변화의 기록] (6)함덕리 마을어장
"제주 바다, 인공어초로 다시 숨 쉰다"
고대로 오소범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25. 07.10. 03:00:00
함덕 앞바다 수심 15m… 인공어초 4㏊ 설치
다양한 해조류 해중림 형성… 회복 가능성 입증
어초에 감태·미역·볼락 등 정착성 어종도 서식
50년간 총 2700억 투입… 매몰·파손 정기 점검

[한라일보] 제주도와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는 수산자원의 보호·증식과 해양 생태계 회복·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어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부터 시작된 제주도의 인공어초 사업은 현재까지 약 3만8379㏊ 면적에 26만1365기의 어초가 설치됐으며, 총 2700억 원이 투입됐다. 이는 전국 인공어초 설치 예산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마을어장에도 인공어초가 설치돼 있다. 본보 해양탐사팀은 함덕 마을어장 인공어초 사업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5일 수중탐사를 진행했다.

함덕어초설치지역

이날 오전 9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함덕포구에 도착한 취재팀은 포구에서 스쿠버다이빙 슈트를 착용하고 이미 도착해 수중 조사 준비를 마친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 제주도어초어장관리사업팀과 함께 조사선에 올랐다.

함덕리 포구 탐사 포인트.

조사선은 포구를 벗어나 서우봉 쪽 해상으로 약 10분 남짓 항해했다. 도착한 곳은 수심 15m 아래에 '패조류용 황토 인공어초'와 '십자주름초 인공어초'가 각각 2㏊ 규모로 설치된 해역이다. 파도는 1~1.5m 정도였지만, 탐사 지점에 정박한 조사선은 심하게 흔들렸다.

첫 탐사 포인트는 2015년 설치된 '패조류용 황토 인공어초' 구역.

김대종 인공어초 사후영향조사팀장(제주오션 대표)의 입수 신호에 따라 취재팀과 조사팀은 차례차례 배에서 바다로 입수했다. 천천히 수면 아래로 내려가자, 수심 13~15m 지점에는 감태와 미역이 빼곡히 들어찬 해조류 숲이 펼쳐졌다. 마치 수초가 무성한 산속 계곡처럼 초록빛 해조류가 어초 구조물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감태는 굵게 뻗어 있었고, 미역은 물결에 따라 흩날렸다. 해조류를 먹이로 삼는 소라들이 곳곳에 분포하고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조피볼락 등 정착성 어종도 활발히 유영하고 있었다.

2015년 '패조류용 황토 인공어초' 설치 당시 모습.

2025년 6월 '패조류용 황토 인공어초' 모습.

022년 '십자주름초 인공어초' 설치 당시 모습.

2025년 6월 '십자주름초 인공어초' 모습.

두 번째 포인트는 2022년 설치된 '십자주름초 인공어초'. 설치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자반과 감태가 어초 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감태 사이사이로 미역이 번식하며 해조류 간 경쟁과 공생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마지막 탐사 포인트는 인공어초 주변, 모래와 자연 암반이 혼재된 지역이었다. 이곳에서도 감태와 미역, 소라가 다수 관찰됐다. 해조류의 밀도나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인공어초 구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는 있었다. 어초가 설치된 해역은 해조류의 밀도가 더욱 집중돼 있었고, 생물들이 은신하고 부착할 수 있는 구조물이 많아 군락의 형성이 더 안정적이었다. 구조물이 만든 틈은 정착성 어종에겐 더없이 좋은 서식처가 되어주고 있었다.

김대종 조사팀장은 "인공어초에 해조 부착률이 90% 이상으로 해조류의 활착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며 "올겨울 수온이 지난해보다 낮았던 점이 미역 포자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2년 5월 인공어초 주변 암반지대.

2022년 6월 인공어초 주변 암반지대.

십자주름초 인공어초 주변 모습.

인공어초에 정착해 살고 있는 조피볼락.

이날 동행한 김만철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조성실장은"인공어초는 보통 수심 15m에 설치하는데, 그 이유는 해조류가 광합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에 설치된 패조류용 황토 인공어초는 패류와 해조류가 함께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고, 인공어초 내부 빈 공간은 어류의 서식 공간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또 "수심이 35m를 넘어가는 지역에는 어류용 인공어초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 인공어초는 물고기들의 산란장과 서식장 역할을 한다"며 "깊은 수심의 인공어초에는 정착성 어류인 돌돔과 볼락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공어초는 설치 자체도 중요하지만, 설치 이후 효과와 구조물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주 해역은 태풍, 조류, 파랑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기 때문에 구조물의 매몰 또는 파손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시설이 파손될 경우 보수·보강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인공어초 시설은 5년 단위로 상태 조사를 실시하며, 사후 효과 조사는 5년, 10년, 20년, 30년 단위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수중 조사를 마치고 조사선을 기다리는 탐사팀.

왼쪽부터 김대종 인공어초사후영향조사팀장, 김만철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조성실장, 오하준 감독

김 실장은 "제주에 50년간 총 2700억 원이 투입됐지만, 연간 예산으로 보면 결코 큰 비용은 아니다"라며 "어획 활동이 집중된 해양 공간을 회복하고 미래 수산자원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어 인공어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해양자원 관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해양탐사취재팀 : 고대로 편집국장·오소범 기자 / 수중영상촬영 : 오하준 감독

※수중영상은 한라일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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