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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5주년/ 특별대담] (2)최인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장
"50대 이후 평균 행복 증가… 인생 보는 관점 바뀌기 때문"
행복 "잘 먹고·자고·쉬어야"..기본은 자기를 잘 돌보는 것
4·3트라우마 극복, 사건에 대한 충분한 설명·후속조치가 핵심
제주, 행복의 분출구·오아시스..도민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입력 : 2024. 04.23. 00:00:00

최인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장을 만나 제주도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제언을 들었다. 부미현기자

[한라일보] 한라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 다양한 문제에 해법을 모색하고 제시하는 석학들로부터 고언을 듣고 있다. 그 두 번째로 지난 14년간 서울대학교에서 행복연구센터를 이끌며 행복과 좋은 삶에 대해 연구해온 최인철(57)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를 만나 제주도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제언을 들었다.

2010년 설립된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더 나은 삶이라는 모토 아래 행복 연구 및 행복 교육, 행복 문화 창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9월부터는 카카오 '같이가치'와 함께 대국민 행복 연구인 '대한민국 안녕지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안녕지수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최초로 국민들의 마음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우리 사회의 특징과 국민의 행복이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더 나아가 국민의 행복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들에 영향을 받는지를 분석하는 연구 사업이다.

16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만난 최 교수는 "행복은 마음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기 몸을 잘 관리해야 하고,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성취해온 것들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어떤 곳인가

행복을 '깊게' 연구하고, 성과를 사회에 널리 '확산'한다는 '심화와 확산'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센터다. 저와 박사후 연구과정에 있는 연구원들이 행복에 관한 기초연구를 하고 있고, 확산사업으로서 행복교육을 전파하고 있다. 행복교육은 초·중·고등학교에서 행복 수업 커리큘럼을 가르치는 사업이다. 저희 프로그램을 적용해 본 곳이 중학교는 2000개교가 넘고, 초등학교도 1000개교에 이른다.

▶행복수업에 대한 현장 반응은

일단 학교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 이 교육의 필요성을 깊게 공감하고 있다. 행복수업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의 만병통치약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면서도 행복을 한 번도 교과목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우는데 정작 행복은 배운 적이 없으니 반응이 좋은 것 같다.

▶14년간 행복을 연구해 오는 동안 우리 사회 행복에 대한 기준의 변화 등이 있었나

행복에 대한 민감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워라밸(work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풍토가 확산됐고,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강조되면서 어떤 경험이 내게 만족을 주는 지가 평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 또 과거에는 마음속에 고통이 없고 닥친 상황만 해결하는'일빙(ill-being)'을 추구했다면 이젠 '웰빙(Well-being)', 즉 행복하게 긍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트렌드가 생겼고, 한걸음 더 나아가 '뉴빙(New-being)' 즉, 마냥 즐거운 것만이 아니라 나의 성장이 있는 행복으로 기준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세 가지는 선택의 문제는 아니고 전에는 어느 하나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세 개를 동시에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행복연구센터는 사람들이 현재 느끼는 만족감, 스트레스에 대해 측정했다. 우리 국민은 행복한가

행복이라는 게 절대 기준이 없고 주관적인 것이지 않나. 그래서 우리의 행복 수준이 높은가 낮은가를 얘기할 때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행복 정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순위로 보면 전 세계에서 50위권이 나온다. 순위는 낮은 편이지만 아주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의 행복 정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행복을 재는 열 개 문항이 있다. 그 열 문항이 다시 네 개로 쪼개지는데. 첫 번째는 얼마나 자기 삶에 만족하는지, 두 번째는 평소에 얼마나 긍정적인 기분을 자주 느끼는지, 세 번째는 평소 부정적인 기분을 얼마나 덜 자주 느끼는지, 네 번째는 자기 삶을 얼마나 의미있게 느끼는지를 측정한다.

한마디로 제주에서 사는 분들은 다른 지역보다 자기 삶에 만족하고, 좋은 경험이 좀 더 많고, 삶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높은 편이다. 우리 국민이 제주를 생각할 때 행복하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실제 거주하는 분들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주 좋은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제주는 4·3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행복감을 더 느낄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신다면

사람들이 소위 트라우마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고 행복감이 떨어진다. 사실 그때 제일 필요한 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라는 설명이다. 그걸 빼놓고 기분을 달래는 뭔가를 하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이 사건의 원인과 경과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 설명에 뒷받침되는 후속 조치들이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다. 그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일에 관심을 두면 행복한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행복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내가 절대빈곤 상태에 있는데 긍정적으로 마음먹는다고 해서 빈곤이 주는 고통을 백퍼센트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관심을 어디에 두느냐가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

▶고령화사회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할까

나이와 행복의 상관관계가 늘 관심사인데, 역설적이게도 5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평균 행복은 오히려 증가한다. 나이가 들면 건강도 경제적인 문제도 나빠질 수 있는데 왜 행복감은 떨어지지 않고 심지어 올라가기까지 할까. 죽음이라는 게 우리 마음을 잘 준비시키는 것이다. 인생을 보는 관점도 바뀌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관점도 바뀌기 때문이다. 죽음을 인식하기 전까지는 뭔가 새롭게 배우고 축적하는데 관심이 높다. 그런데 죽음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으로 목표가 바뀐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관점이었다면 좀 더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행복리포트의 연구 내용을 보면 10대가 우울감이 높고 행복감이 낮다는 결과가 주목된다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는데 10~30대 여성의 행복도가 유독 낮다. 우울증상도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여러 원인을 얘기하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SNS 활동이다. 그 전 세대에 비해 야외활동이 줄고, 친구들과 직접 대면하는 시간, 가족과의 시간도 줄어들었다. 특히 10대 여성들은 SNS 상에서 왕따라든지 언어적 폭력이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계속 긴장감 속에 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회가 나서야 하는 시기가 왔다.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달라

기본적인 것은 자기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야 한다. 사람들이 행복을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그런 이원론적인 사고를 가질수록 행복감이 낮다. 몸과 마음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행복의 가장 기본은 자기를 잘 돌보는 것이다.

또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행복이라면 문제 상황이 있어도 행복해지는 걸 생각한다. 가난하면 가난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난을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몸이 약하면 건강해지는 노력을 해야 하는 그런 논리다.

제일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내가 현재 경험하는 것들이 나에게 운 좋게 찾아와 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것을 나의 노력으로, 내 능력이 좋아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운 좋게 이걸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이룬 것이나 경험하는 것들 중에는 운이 좋아서 된 것도 많다.

▶마지막으로 행복의 측면에서 제주도는 어떤 곳인가

엄청나다. 저는 정말 제주도가 없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싶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는 일종의 우리의 분출구이자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제주도민이 그런 의미에서 꼭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최인철 교수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2000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부임했다. 2010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를 설립, 행복의 심화와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서울=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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