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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7)해안 대형 생선 보호 중요하다
낚시꾼의 꿈, 대물… 이제는 바다에 양보해야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7.24. 00:00:00
근해 어획량 꾸준히 증가… 마을 어획량은 점점 감소
지속가능한 연안 수산업·생태계의 필수요소 '보프'
작은 개체보다 산란 기간·유어 생산 400배까지 많아




[한라일보] '원담, 제주 바다를 담는 그릇'의 저자 정은희는 지역 어르신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전했다. "옛날엔 해안선 부근 어디에 가도 그곳에는 물 반 물고기 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안가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도 없고 개인적인 채취도 제한하고 있어 너무 아쉽다." 이 책에서는 마을 해안에서 하는 개인 또는 마을어업이 주민들의 삶과 깊은 연관성이 있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했다. 또 '브라이언 페이건'은 저서 '피싱, 인간과 바다 그리고 물고기'에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무한한 자원인 줄 알고 물고기를 남획해 왔으며, 점점 더 많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기술을 개발해 그 많던 물고기를 바다에서 사라지게 했고 어떤 물고기들은 자원 회복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다금바리가 지키는 바다

송악산 유어장에서 잡힌 길이 162㎝ 초대형 민어. 박철준 제공

30여 년 전 일이다. 다이빙 후 저녁때가 되면 서귀포항 근처에 있는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선배 다이버들의 모험담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주제는 대부분 큰 물고기였다. 이때만큼은 영화배우가 따로 없었다. 물속에서만큼은 "내가 왕이었지!" 하고 연기했으니까. "수심이 깊은 컴컴함 수중 동굴 속에서 숨은 엄청나게 큰 생물이 날 바라보고 있었는데 잡을 수는 있었지만, 참았지. 못해도 2m는 될 거야. 우린 작은 건 쳐다보지도 않았어." 우린 허풍인 줄 알면서도 이야기들을 늘 재미있게 들었다. 그 시절에는 물고기들이 바다에 풍성했다.

제주에선 다금바리(제주도에선 자바라를 다금바리라 한다.) 이야길 빼놓은 순 없다.

사진의 다금바리는 1m가 넘는 대물로 제주 해안생태계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조은진·김성훈 제공

2년 전 가을엔 가파도 동쪽 넙개에서 세 명이 함께 다이빙했다. 수심 20m 정도에서 늘어선 직벽을 따라 유영해 가는데 뭔가 묵직한 것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보니 다금바리 한 마리가 작은 바위 위에 떡하니 앉아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한 조우였다. 물속에서도 일행들의 놀람과 기쁨의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 바다를 지키는 어류의 제왕 아닌가? 더 재미있었던 것은 보트로 돌아온 후였다. 함께 같은 물고기를 보고 왔음에도 크기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랐다. 다이빙 경력은 만만찮지만, 나이가 제일 어린 여성 다이버는 '대물의 출현'에 다소 흥분된 상태였다. 그날은 온종일 다금바리가 화제였다.

지난 주말엔 제주도 고산에서 수중사진전 축하차 모인 여러 다이버들이 모여 모처럼 이야기판을 벌렸다. 물고기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래도 다금바리는 아직 제주 바다 곳곳을 잘 지키고 있고, 수중에서 작살질이 줄어서 그런지 자원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가끔 만나는 1m가 넘는 초대형 넙치와 붉바리 등의 이야길 하다가 요즈음 부쩍 는 쏠배감펭 이야기로 이어졌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제주 바다가 안고 있는 문제, 제대로 안 되는 해안관리와 수질오염 등에 이르자 다들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자며 헤어졌다. 바닷속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다이버들이 모이면 새로운 소식을 나누고 바다가 점차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아쉬움을 남기고 마무리를 하곤 한다.



▶나이 많고 뚱뚱한 암컷 물고기가 중요해

제주 해안에서 회유성 어종들은 변화무쌍한 체류와 이동을 하며 제주 바다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것이다. 하지만 정착성 어류들은 웬만한 변화에도 이 바다에서 버티어 낼 것이다. 다금바리나 붉바리, 돌돔, 넙치 등 이들은 자원량 그리고 어획량 등은 수산업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통계청의 '2020년 4분기 제주도 어업생산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의 2015년부터 6년간의 근해 어획량은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전 평년 평균과 2020년의 어획량을 비교하면 약 28.5%나 늘었다. 참조기, 갈치, 전갱이의 주된 어종이었다. 2020년엔 전갱이 어획량이 평년 대비 227.4%나 늘어 어획량 증가를 주도했다. 같은 시기에 마을어업 어획량은 꾸준히 줄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과 가까운 바다에 사는 정착성 어류에 관심을 보다 가져야 한다. 이 종들이 해안생태계의 지킴이이고, 그 자원들이 제공하는 혜택이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2013년 하와이 대학교 어류학자인 '마크 힉슨' 등이 쓴 큰 암컷 물고기에 대한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보프(BOFFFF)' 이야기다. '보프'를 잘 보호하는 것이 연안 수산업과 생태계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글이었다. '보프'는 '크고, 나이가 많으며 살찐 성숙한 암컷 물고기(big old fat fecund female fish)'를 말한다.

말레이시아 시파단에서 찍은 큰양놀래기다. 조은진·김성훈 제공

요약하면 한 마디로 성숙한 암컷은 어린 암컷에 비교해 산란 기간도 길고, 알도 많이 낳을 뿐만 아니라 그 알이 건강하게 자랄 확률도 훨씬 높다는 것이다. 하와이 산호초 어류에서는 70㎝ 물고기가 30㎝인 것보다 84배 더 많은 알을 낳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자료에는 37㎝(0.8㎏)인 '붉은 볼락' 한 마리가 15만마리의 유어를 생산하는 데 반해 60㎝(3.4㎏)의 큰 개체는 170만마리의 유어를 생산한다고 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에서는 주홍 도미, 작은 암컷이 보통 4000개의 알을 산란할 때 큰 개체는 100만개의 알을 낳으며, 가장 작은 개체와 가장 큰 개체의 경우를 비교하며 400배의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러니까 성숙한 암컷이 해안생태계에서 사라지면 개체군에서 나이별 구조가 붕괴해 어류 자원 유지나 회복이 힘들다고 했다. 큰 물고기만을 잡아내려는 어업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어떤 곳에서는 '보프'를 잘 지켜야

수중사진작가 김병일은 문섬 물속에서 수중에서 자주 만나 반갑게 교류하던 돌돔이 있었는데 어느 날 사라졌음을 알고 너무나 아쉬워했다. 정착성 어종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크게 자라면 관광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그가 했다. 그랬다면 물고기는 나중에 큰 물고기로 자랐을 것이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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