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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주4·3 75주년] (4)4·3희생자 직권재심
속도 못 내는 일반재판 수형인 명예회복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3. 03.30. 00:00:00

사진은 지난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사무실 앞에서 현판식 모습.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지난 2019년 1월 17일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 18명이 재심을 통해 사실상 무죄에 해당하는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부당한 공권력으로 얼룩진 4·3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인정한 첫 사법적 판단이자, 피해자 명예회복을 이끌어 낸 첫 판결이었다.

그로부터 1년 11개월이 지난 2020년 12월 7일 4·3 당시 폭도로 몰려 일반재판을 받고 옥살이를 한 수형인에게 재심 재판부가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과정은 지난했다. 백발이 성성한 피해자들이 법원을 수시로 오가며 1년 넘게 결백을 주장해야 했다. 2021년 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은 이처럼 국가 잘못을 바로 잡는 일을 피해자에게 떠넘기지 말고, 국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제주4·3특별법 개정 후 861명 국가 차원 재심 청구
일반재판 재심합수단 일원화했지만 인력 9명 불과

희생자 결정 의존하는 재심 결정 방식 보완 요구도

▶직권·특별 재심 길 연 4·3특별법=개정된 4·3특별법의 핵심 중 하나는 특별·직권 재심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특별재심 조항은 4·3희생자로 결정된 피해자들이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지 않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고, 직권재심 조항은 군사재판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희생자에 대한 재심 청구를 국가가 직권으로 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특히 직권재심은 그동안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재심 재판을 요구하고, 무죄를 주장하던 일을 국가가 맡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일을 전담하기 위해 2021년 11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하 합수단)이 출범했다. 출범 후 합수단은 지금까지 군사재판 수형인 2530명 중 851명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해 671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나머지 1679명 가운데 456명은 합수단이 아닌 피해자 측이 개별적으로 재심을 청구한 사례로 이중 439명이 누명을 벗었다. 따라서 아직 재심 청구조차 안돼 명예회복 절차를 밟아야 할 군사재판 수형인은 1200여명이다.

직권 재심 대상은 지난해 8월 일반재판 수형인 희생자까지로 확대됐다. 똑같은 희생자인데 직권 재심 대상에서 소외돼 부당하다는 지역사회 요구를 법무부가 수용한 결과다.

4·3 당시 일반재판을 받은 수형인은 1600여명에서 1800여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명예회복은 더딘 편이다. 지난해 12월 제주지검이 일반재판 수형인 10명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하며 이제야 첫발을 뗐고 국가가 아닌 유족에 의한 개별 청구도 80명 수준에 그쳤다. 검찰은 일반재판 직권 재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올해 2월 해당 업무를 합수단으로 일원화했다.

▶명시적 입법 등 과제도=군사재판 수형인의 경우 1999년 발견된 수형인 명부를 기초로 재심 대상을 추려내는 게 가능했지만 일반재판은 이런 명부가 없어 일일이 한자로 된 판결문을 전부 확보해 번역하고, 또 이들이 희생자 결정을 받았는지를 파악하는 등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2월부터 합수단이 일반재판 희생자 직권 재심 업무까지 수행하게 됐지만, 인력은 검사 3명을 포함해 9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난 24일 제주를 찾은 이원석 검찰총장은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4·3특별법 보완도 필요하다. 직권 재심 대상이 일반재판 희생자로 확대됐지만 이는 법무부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장관이 바뀌는 등 외부 변수로 인해 방침이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8월 직권재심 대상을 확대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묶여있다.

재심 대상을 희생자 결정을 받은 이들로 한정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일반재판 희생자는 판결문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시 수사·재판 과정에 불법이 없는지 등을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 재심 대상을 추려내는 방식은 희생자 결정을 받았느냐, 군사재판 수형인이냐 아니냐, 이 지점에 함몰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이어 "워낙 오래된 일이다보니 자신이 4·3 피해자인줄도 몰라 아직까지도 신고를 안한 경우가 많다"며 "신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4·3당시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불법 재판 여부를 전수조사해 재심 대상을 국가 스스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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