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피니언
[현해남의 월요논단] 돈 버는 농업인, 못 버는 농업인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3.20. 00:00:00
[한라일보] 당도 높은 감귤을 생산하는 농가는 뛰어난 실력자라는 증거다. 농장 관리와 나무를 가꾸는 기술과 비료를 과학적으로 선택하는 훌륭한 농업인이라는 뜻이다. 소득도 따라온다. 반대로 소득이 낮은 농가는 농장 관리도, 기술도 허술하다는 뜻이다.

감귤 가격을 결정하는 당도는 여러 요인으로 높아진다. 그중에 햇빛을 잘 받는 것이 최고다. 햇빛을 잘 받아들이는 비료도 사용해야 한다. 결국 기상 조건, 나무 사이 간격, 전정, 비료 사용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품질이 높아지고 돈도 번다.

서귀포 감귤이 제주시보다 당도가 높다. 기술이 아니라 기상 조건이 좋은 덕분이다. 감귤이 익는 가을에는 편서풍 푄 현상으로 제주시 지역은 흐려도 성판악만 지나가면 햇빛이 비친다. 이런 기상에서도 소득이 낮다면 조건이 좋아도 공부 못하는 학생과 같다. 악조건의 제주시 지역 농업인이 감귤 소득이 높다면 정말 훌륭한 농업인이다.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전정 기술도 중요하다. 전정만 잘해도 햇빛이 나무 골고루 들어와서 당도에 도움이 된다. 사과 등 과수 전정은 휴면기인 낙엽이 졌을 때만 아니라 열매가 달렸을 때도 햇빛이 잘 들어 당도를 높이기 위해 솎음 전정을 한다.

감귤 나무를 어떤 간격으로 심는지도 중요하다. 사과, 배, 복숭아 등은 10a(300평) 당 30~40그루를 심는다. 나무 사이 간격이 넓어 농약도 SS 농약 분무기로 살포한다. 당연히 햇빛도 많이 들고 당도도 높아지는 환경이다.

감귤은 80그루 이상 100그루도 심는다. 나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사람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 햇빛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니 겉은 익어도 속은 설익은 감귤이 판을 친다.

20~30년 전에는 푸르죽죽하고 맛없는 사과가 많았다. 지금은 작아도 당도 낮은 사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수도용, 맞춤 비료에서 마그네슘(Mg)과 황(S)이 충분한 과수용 비료로 바꾼 덕분이다.

햇빛을 받아들이는 엽록소의 주인은 마그네슘이다. 마그네슘이 햇빛을 받아들인 후에 전자전달계에서 철(Fe), 아연(Zn)의 효소작용과 인(P)이 캘빈회로의 에너지 역할을 해 당이 만들어진다. 마그네슘과 햇빛이 부족하면 제아무리 철, 아연, 인산이 많아도 허당이다.

70년대 일본 토양에 인산이 부족할 때는 마그네슘의 활성을 높이기 위해 인산시비를 권장했었다. 그때 들어온 기술을 50년 지난 지금도 맹신한다. 골분과 고가인 제일인산가리가 당도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농가도 많다. 스마트폰, 컴퓨터로 계산하는 시대에 주판을 고집하는 아둔한 생각이다.

도의 감귤 정책에 따라 중문농협 등 농협에서 원지정비(성목이식)를 추진하고 마그네슘이 충분한 비료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햇빛을 사냥해서 당도를 잡기 위한 것이다.

돈 버는 감귤 농가와 못 버는 농가의 차이는 햇빛을 어떻게 사냥해서 감귤 열매로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현해남 제주대 명예교수>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