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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의 문화광장] 회고전의 시즌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3.14. 00:00:00
[한라일보] 제주도립미술관이 제주비엔날레에 대형전시와 국제전 개최의 모든 역량과 예산을 쏟는 동안, 다른 지역미술관들도 분주했다. 올해 초 그간 미뤄졌거나 오래간 준비한 슈퍼스타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소식이 잦았다. 입장료가 무료라는 파격 서비스가 더해져 미술애호가들이 전시를 챙겨보느라 전국을 오가는 바쁜 시간이었다. 이 '전국'에 제주비엔날레가 동선에 포함되기도 해서, 서울-제주-부산을 오가는 연초 일정을 짜느라 분주하다는 행복한 하소연을 많이 들었다. 1박 2일 일정으로 전시를 보러 비행기를 타고 전국에서 찾아온 이들의 애정 어린 질타는 무조건 긍정적으로 듣기로 했다. 귀한 시간과 예산을 들여 제주까지 찾아온 이상 모든 의견은 진심 어린 관심에 기인한 것이라 여길 수 있었다.

해외작가 회고전의 신호탄은 서울시립미술관의 '키키 스미스-자유낙하'였다. 40여 년간의 작업을 돌아보는 스미스의 한국 첫 개인전은 지난 3월 12일을 마지막으로 3개월의 전시를 마쳤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무라카미 타카시:무라카미 좀비'전을 지난 1월 26일 오픈해 3월 12일까지 가졌다. 한 달 반 남짓의 짧은 전시 기간 탓인지, 전시장은 연일 오픈런이었다. 이 대형 회고전에선 작가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살펴볼 수 있는 유례없는 기회를 제공했다. 두 개의 유명한 회고전이 같은 날 끝난 바람에 이제 모든 관심은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 WE'로 쏠린다. 지난 1월 31일 오픈해서, 7월 16일까지 상대적으로 넉넉한 전시기간이다. 리움이 내세운 무료혜택 덕인지, 작가의 유명세 덕인지, SNS 입소문이 효과를 거둔 것인지, 예약은 계속 매진이다. 예약제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입장을 위한 줄이 길다. 역시 작가의 초기작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을 소개하는 회고전이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비엔날레를 마치고 지난 3월 10일 제주작가들의 회고전을 오픈했다. '제주 작가 마씀'이라는 시리즈로, 제주미술계에 공헌을 해 온 제주지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장르별로 들여다보는 전시다. 작년에 이미 동양화가 강동언과 도예가 허민자의 회고전을 개최했고, 올해는 조각가 임춘배와 서양화가 박성진을 살핀다. 전시는 4월 23일까지 계속된다. 회고전은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일생에 거쳐 살피는 전시인만큼 자주 열리기 어렵다. 한번 놓치면 다시 기회를 찾기가 어렵거나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지역작가의 회고전이 타카시나 카텔란처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며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작가들처럼 대중적 관심을 얻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명의 작가가 평생을 작업에 헌신한 궤적을 살피는 방식은 동일하다. 익히 알려진 작가의 유명한 작품들을 좇는 것도 좋지만, 제주라는 한 지역에서 지역성과 역사성을 교차해 살피며 한 작가의 작업세계를 따라가 보는 일은 충분히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일이다.<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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