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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의 월요논단] 인사동 제주갤러리는 상업화랑이 아니다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3.13. 00:00:00
[한라일보] 제주미술가들의 수도권 진출을 목표로 지난해 3월 서울 인사동에 제주갤러리가 문을 연 지 1년이 지났다.

제주갤러리가 지하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인사아트센터에는 광주, 부산, 경남, 전북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위탁 형식으로 운영하는 갤러리들이 3, 4, 5, 6층에 들어서 있어 지역문화교류의 플랫폼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는 도 문화체육교육국으로부터 제주갤러리 운영성과를 보고 받고 미술작품 거래 실적과 입장객 숫자를 요구한 모양이다. 이를 근거로 부실한 업무보고자료에 대해 지적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제주갤러리는 상업갤러리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제주도가 서울전시관 임대사업을 통해 제주갤러리를 운영하는 목적은 제주작가의 수도권 진출기회 확대와 교류를 통해 제주미술문화 활성화를 꾀하는 데 있다. 이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고 지역문화 정책에 대한 지방 자치단체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나타난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의성이 주어진다.

지난 1년 동안 제주갤러리는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전을 기획하면서 제주미술을 수도권에 알리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지역미술계와 수도권에 거주하는 미술인들 사이에 교류가 활발해진 것도 성과의 하나로 보인다.

제주갤러리는 갤러리라는 이름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삼는 상업화랑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인사아트센터에 들어선 제주갤러리를 포함한 5개의 전시관은 작품을 판매하는 성격의 갤러리가 아니다. 3층에 자리 잡은 'G&J갤러리'나 6층에 자리 잡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이 지역미술관이 운영하는 미술관 분관형식의 전시관이라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머지 갤러리들도 지역 미술협회가 운영하고 있어 상업갤러리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목표를 지니고 있다.

도비로 운영하는 제주갤러리의 운영성과를 분석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평가지표에 작품 판매 실적을 정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작품의 판매는 굳이 서울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것임을 제주도내 몇몇 작가들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청년작가들의 예술성과 작가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작가로서의 성공은 작품 판매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제주갤러리 운영성과를 위한 평가기준을 정하는 데 우선 고려할 일은 제주갤러리의 운영은 지역문화 정책의 맥락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관 1년이 지난 지금 성급하게 평가하기를 삼가고 합리적인 평가 지표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미술인과 제주도가 함께 지혜를 모야야 할 시점이다.<김영호 중앙대교수·한국박물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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